이미지 크게보기 (워싱턴 AP=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이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러시아 스캔들’에 관한 수사 중단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했다. 코미 전 국장은 이날 상원 정보위 청문회를 앞두고 정보위 웹사이트에 공개한 ‘모두 발언문’을 통해 지난 2월 14일 백악관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코미 전 국장.

- 상원 청문회 증언 앞두고 모두발언 사전공개

“트럼프 ‘러시아 게이트’ 수사 중단 수차례 요구”
총 9차례 접촉… “충성심 원한다며 압력” 폭로
‘사법방해’ 탄핵사유 해당…트럼프측 “무죄입증”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에서 손을 떼라”면서 ‘러시아 게이트’ 수사 중단을 수차례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 ‘사법방해’로까지 여겨질 수 있는 증언으로 미국 정계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은 8일 예정된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하루 앞서 이날 먼저 공개한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백악관에서 이뤄진 일대일 면담에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수사에서 손을 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게이트 수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중단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줬다. 코미 전 국장은 러시아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총 9차례 접촉했다고 설명했다.

코미 전 국장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게이트’로 하루 전날 낙마한 플린 전 보좌관에 대해 “그는 좋은 사람이다. 나는 당신이 이 사건에서 손을 떼기를 바란다. 플린을 놓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코미 전 국장은 “플린은 좋은 사람”이라고만 답하면서 수사 중단 외압을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메모로 작성했다.

또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3월 30일과 4월 11일 두 차례 전화통화에서 “나는 러시아와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FBI가 자신을 조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확인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러시아 게이트를 ‘구름(cloud)’이라고 언급하면서 “나는 러시아와 전혀 관계가 없으며, 러시아에서 성 접대부와 얽힌 일도 없다. 구름을 걷어내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코미 전 국장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월 27일 백악관 만찬에서는 “FBI 국장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난 당신의 충성(loyalty)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코미 전 국장은 즉답을 피한 채 “항상 정직할(honesty)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날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확인해준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인 마크 카소위츠 변호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이 ‘대통령은 러시아 의혹과 관련한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마침내 공개적으로 확인한 데 대해 기뻐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완전히 무죄가 입증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