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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모두발언 일파만파

“충성 원한다, 플린 놔줘라”
트럼프와 3번 만남·6번 통화
노골적 수사중단 요구 폭로

“많은 사람이 당신자리 원해”
“러 구름 걷어내려면 뭘 해야”
간접 협박·은폐 지시 정황도

트럼프측 “러 게이트 조사
대통령 대상 아닌 것 확인”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중단 외압 사실을 폭로하면서 ‘러시아 게이트’에 새로운 뇌관이 터졌다. 코미 전 국장 증언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 ‘사법방해’ 입증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러시아 게이트’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코미 전 국장 증언으로 확인됐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코미 전 국장이 8일 열리는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하루 앞서 이날 공개한 모두발언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 3차례, 전화통화 6차례 등 9차례 일대일 대화를 나눴다.

첫 일대일 면담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인 1월 6일이며, 장소는 인수위 사무실로 쓰였던 뉴욕 트럼프타워였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에게 정보기관 브리핑을 했으며,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묻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수사기관 수장이 조사 내용을 중간에 확인해준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안이며, 트럼프 대통령 측도 “대통령의 무죄가 완전히 입증됐다”고 밝히고 있어 향후 양측 간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두 번째 면담은 1월 27일 백악관 그린룸에서 열린 만찬 행사였으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당신 자리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코미 전 국장에게 충성을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충성이라는 단어를 4차례나 사용했으며, 코미 전 국장은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동안 나는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았고, 얼굴 표정도 바꾸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신 코미 전 국장은 “(대통령에게) 항상 정직할 것”이라고 답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직한 충성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된 것은 2월 14일 3차 면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게이트’에 연루돼 낙마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언급하면서 “좋은 사람이며, 러시아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쯤에서 (조사에서) 손을 뗀다는 것을 명확하게 해주길 바란다. 플린을 놔줘라. 당신이 (조사를) 그만두길 희망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는 적정한 사법절차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넣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방해’ 혐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미 전 국장이 수사 중단 언급을 하지 않고, 면담 뒤 대화 내용을 이례적으로 메모해 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미 전 국장은 전화통화 6차례 중 3월 30일, 4월 11일 2차례만 상세하게 내용을 공개했다. 코미 전 국장은 이 2차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름을 걷어내기 위해서(to lift the cloud) 해야 하는 일에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노골적 은폐 지시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러시아와 아무 관계가 없고, 러시아 성 접대부들과도 관계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며, “나를 조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당신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get it out) 방법을 찾아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코미 전 국장은 전했다.

코미 전 국장은 “전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매수하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