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청문회 전문가 제언

“任실장 사과는 변명에 불과
기싸움 벗어나 협조 구해야”

‘인사 검증의 덫’에 걸린 청와대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과와 고위 공직자 임용기준 재정립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공직 배제 5대 원칙(병역면탈·부동산 투기·세금 탈루·위장 전입·논문 표절)’을 스스로 허물어뜨리게 된 현 상황을 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직접 사과가 우선”이라며 “새로운 고위 공직자 인사원칙을 마련하는 것은 추후 여야가 논의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호응을 얻었는데 이 문제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며 “대통령이 솔직하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임 비서실장이 ‘사람마다 사연이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변명에 불과한 수준 낮은 사과였다”고 비판하고 “야당과의 기싸움에서 벗어나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직접 하는 게 지금에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에 대통령의 인사공약을 지킬 수 있는 인재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건 것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했으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고위공직자 임용 기준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명분이 없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적폐 청산을 강조하며 내세운 원칙을 취임 20일도 안 돼 재정립하겠다고 나선 것은 잘못된 인사검증에 사후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는 얘기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직 배제 5대 원칙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데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공직후보자들한테 면죄부를 주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오히려 5대 원칙을 유지·강화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공직에 나서려면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야에 협조를 구하고 원칙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야지, 인사기준을 바꾸겠다는 식의 해결책을 내놓은 것은 과거 집권 여당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또 국민 의견을 반영해 여야가 논의한 뒤 인사 관련 구체적인 기준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는 인사권을 어느 정도 국회와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도덕성뿐만 아니라 업무 능력도 감안해 여야 합의로 인사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이 지금과 달리 묵인되고 이슈화되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며 “시대의 변화를 고려해 보편적인 가이드라인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