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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국민의당 입장변화
“새 인선기준, 의총서 재논의”
한국당, 여전히 총리인준 난색

청와대가 임기 초반 ‘인사 암초’를 정면돌파하는 정공법을 택하면서, 이낙연(사진)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에 반대해 온 야 3당 간 정책 공조가 느슨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청와대의 새 인선기준과 상관없이 임명동의안 통과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임명동의안 채택 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당 내 투쟁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29일 오전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정세균 국회의장 및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 직후 “청와대의 새 인선기준을 마련해 왔기 때문에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 문제를) 당 의총에서 다시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애초 “대통령의 직접 해명 없이는 임명에 동의할 수 없다”며 완강하게 반대하던 입장이 다소 누그러진 것이다. 인사청문회법 제9조에 따르면, 인사청문위원회는 인사청문회를 마친 날부터 3일 이내에 심사경과보고서 또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청문회 종료 시점부터 3일이 경과한 29일까지 여야가 아직 인사청문회 채택을 보류하고 있지만, 여야가 재협의해 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다.

위원회가 정당한 이유 없이 청문회를 마치지 않으면 의장은 이를 바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야당에서조차 “새 정부 출범 후 첫 임시국회부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이라는 모험을 감행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의장 측도 “직권상정은 시기상조”라며 “여야 협상 결과를 더 기다려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여야 논의를 통한 새 인선기준 마련에 원론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에는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 막판 뇌관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정용기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현재로서는 전 수석의 입장표명과 여야 합의만으로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해 임명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임명동의안 채택 쪽으로 기울면 한국당 내 대여투쟁 동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 불씨가 가까스로 살아나면서 새 정부 조각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커졌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의 국회 통과가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차관 인사를 발표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마이웨이’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야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후 인선 발표를 잠정 중단해 왔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