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패널 컴퓨터 해킹당해
美 사이버보안업체 분석 결과

北 ‘랜섬웨어 배후’ 가능성 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인 ‘1718위원회’가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정부·기업에 대한 디도스 공격, 미국 소니사 해킹,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사태에 이어 이번 유엔 1718위원회에 대한 공격 배후에도 북한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대북 제재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유엔 안보리 산하 1718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에 대한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이 발생했다. 이 사이버 공격으로 1718위원회 소속 전문가 한 명의 컴퓨터가 해킹됐다.

1718위원회 전문가 패널 의장은 “유엔과 유엔 안보리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이 8일에 있었다”라면서 “(공격에 사용된) 집파일은 매우 개인적인 메일을 통해 보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수의 1718위원회 위원들이 2016년 때와 같은 방식의 공격 대상이 됐다”고 표현했다.

1718위원회는 또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에 “유엔 정보통신기술 사무소가 해킹당한 하드 드라이버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이다”며 “데이터 분석과 관련 조사가 끝날 때까지 1718위원회 관련 기관에 대한 경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1718위원회 의장국인 이탈리아도 전문가 패널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다만 사이버 공격을 가한 해커들이 누구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해커의 정확한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로이터 통신은 북한이 사이버테러 임무를 맡은 180부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동안 많은 사이버 공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최근 전 세계 150개국, 30만 개 컴퓨터를 공격한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사태가 북한 소행으로 의심되고 있음을 전해 북한이 1718위원회 공격 배후일 가능성을 에둘러 제시했다.

한편 이날 미국의 사이버보안업체인 시만텍이 북한이 사상 최대규모의 전 세계적 해킹 사건인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의 배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시만텍은 22일 블로그를 통해 “이번 랜섬웨어 공격은 ‘래저러스’ 해킹그룹과의 강력한 연계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래저러스는 2014년 미국 소니픽처스, 지난해 2월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등을 해킹한 해킹그룹으로 지목받고 있으며, 특히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시만텍은 워너크라이와 래저러스 해킹 수법에 유사점이 있긴 하지만 “연계성이 아주 약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는데 이번에 북한 배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