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의용(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장실에서 김영우 국방위원장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통일외교안보특보에 임명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연합뉴스

- 국내외 전문가 지적 잇따라

“국제사회 제재국면과 엇박자
앞장서 北에 뒷문 열어주는꼴”
안보리, 대북 규탄성명 채택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의 고삐를 죄고 있는 와중에 문재인 정부가 대북 교류·대화 재개 방침을 공식화하는 등 엇박자를 보여 국내외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현 시점에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소지가 있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잇달아 언급하는 데 대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국제사회 고립을 자초할 수 있는 위험한 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에 영향력이 큰 미국과의 협의 없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할 경우 미국으로서 오히려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코리아패싱’을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23일 “그동안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 범위 내에서 중국이 북한에 뒷문을 열어주는 데 대해 비판해왔는데, 북한에 달러 등 경화(硬貨)가 들어갈 수 있는 개성공단을 먼저 재개하겠다고 나설 경우 한국이 뒷문을 열어주는 선봉에 서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결국 한·미 간 조율이 중요한데 우리가 앞서나가면 북·미 간 코리아패싱을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전문가들도 문재인 정부가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충분한 협의없이 남북관계 개선 재개에 속도를 내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무조건적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국민이 낸 세금을 위험하게 낭비하는 것이자 한국의 이해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북한에 넘어가는 경화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전용될 가능성이 높아 결국 한국인들은 자기를 겨누는 총알 비용을 대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가 22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2형’ 시험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하고 추가적인 대북제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사회에 동참을 촉구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또다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강력한 대북제재·압박기조를 확인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밝힌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와 개성공단 재개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향후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또 안보리는 23일에는 긴급 회의를 열고 대북제재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대북제재 강화방안은 한국시간으로 23일 저녁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