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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코카서스…’ 아츠닥役 유수정·서정금

2015년 현대적인 감각의 ‘뉴’ 창극 열풍을 주도한 국립창극단의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코카서스)이 돌아온다.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의 대표 희곡을 창극 무대로 옮겼다는 공연사적인 의미, 재일교포 극작가 정의신의 첫 창극 연출 도전, 신명과 설움이 함께 묻어나는 관현악 선율, 구성진 우리 장단과 소리…. 코카서스의 모든 게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가장 강렬했던 건 바로 ‘그’다. 면사무소 서기에서 재판관으로, 해설자에서 관객으로 무대 안팎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던 ‘아츠닥’. 남성이지만 초연 당시 여성이 연기해 화제가 됐는데, 워낙 변화무쌍한 데다가 대사량도 많아 베테랑급 배우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들다. 이번에도 이 중차대한 역할을 유수정(57)·서정금(41) 배우가 맡았다. 김준수, 유태평양 등이 ‘국악 아이돌’(문화일보 3월 28일자 24면 참조)이라면, 이들은 판소리 ‘디바’다. 6월 3일 개막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두 사람을 최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코카서스는 “창극단의 실험적 작품 중에서도 가장 새로운 작품”이라는 이들에게 코카서스가 특별한 이유를 물었다.

◇지루할 틈 없이 ‘호로록’…“더없이 새로웠던 작품”=한두 번 판소리나 창극을 본 사람이라면 아츠닥의 존재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완전한 극 형태를 지향하는 현대 창극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도창(導唱)이다. 관객의 흥을 돋우고, 난해한 부분이 있으면 관객들에게 쉽게 풀어주는 해설자 역할이다.

아츠닥에 더블 캐스팅된 유수정·서정금은 16년 차이가 난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세대라는 건, 나이 차보다 입단 시기에서 확연해진다. 유 배우는 1987년, 서 배우는 1999년 창극단에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유 배우는 스스로 ‘구세대’라 했다. “내일모레 환갑이지, 하하. 김성녀 감독님 오시고 적응이 힘들긴 했어요. 3~4시간씩 걸리던 창극이 이제 2시간 만에 끝나는데, 획기적이죠. 그중에서도 코카서스는 정말 빨라요. 지루할 새 없이 ‘호로록’ 지나가요. 숨 헐떡대며 따라가고 있지만, 아주 재미있어요. 관객이 늘었고 젊어졌다는 걸 체감하죠.”

서 배우는 ‘신세대’일까. 그는 “요즘 국악 아이돌이 대세인데 가당치 않다”며 웃었다. “과거엔 공연 끝나면 어르신들이 서서 기다리셨어요. 건강보조식품을 선물로 주셨는데, 하하. 이제는 배우·연출·음악·원작 등 작품 선택 기준이 다양해진 거 같아요. 그런 걸 이끌었다는 점에서 코카서스는 정말 특별한 창극이죠.”

◇“사랑으로 화합하는 이야기…이 시대에 보내는 메시지” =코카서스는 전쟁 통에 버린 자식을 유산 욕심에 되찾으려는 생모와 이 아이를 정성으로 돌본 양모 두 여인의 양육권 재판을 뼈대로 모성애란 무엇인지, 더 나아가 평화란 무엇인지 돌아본다. 전쟁의 비극, 계급의식 등 원작은 사회적 메시지도 강하지만, 각색된 창극에서는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사랑’으로 주제가 좁혀졌다.

아이를 두고 두 여인이 다투는 공간인 하얀 원은 나중에 모든 등장 인물의 화합을 상징하는 더 큰 원으로 확장된다. 서 배우는 “‘우리는 원을 그리네’라는 합창 장면이 가장 핵심적이다”며 “서로 용서하고 하나가 되라는 건데, 그 전제 조건이 사랑”이라고 했다. “저도 아이가 셋이나 되는데, 그루셰가 아이를 안고 다리를 건너면서 ‘그래, 내가 너의 엄마가 돼 줄게’라고 다짐할 때 마음이 정말 절절해져요.” 유 배우는 아츠닥의 재판 장면이 좋다. “술에 취해서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하고 ‘핑퐁’ 대사를 휘몰아치죠. 긴장이 팽팽한데, 아이러니하게 내가 가장 편안하게 웃는 때이기도 해요. 평소 내 웃음이야 그냥, 으하하.”

◇새로움이라는 지향점…“함께 나아갈 수 있는 힘”=시대와 세대 차를 안고는 있지만, 두 사람은 코카서스라는 새로운 무대를 만나 판소리와 창극의 변화에 대해 마음을 활짝 열었다.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공통의 힘. 유 배우는 “코카서스는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춰야 해서 다른 창극보다 몇 배로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며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결론은 ‘되더라’”고 말했다.

코카서스의 음악은 소리가 가진 처연함에 흥까지 담았다. 여기에 관현악의 중후함도 녹아들었다. 서정적인 멜로디를 대중적으로 펼치는데 정평이 난 김성국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가 작창과 작곡을 맡았다. “초연 때보다 지금이 더 좋아요. 가곡 같기도 하고, 소리 같기도 하고, 묘한 매력이 있어요.”

서 배우는 “움직임이 몇 배는 많고 빠르다. 특히 아츠닥은 사방 군데를 헤집고 다녀야 해서 몸도 좀 날래야 한다”고 했다. 유 배우가 “아유, 역시 나처럼 뚱뚱하면 안 되지”라고 넋두리를 늘어놓자 서 배우가 황급히 되받아친다. “어머, 선생님. 아츠닥 하실 때 진짜 날래셨어요.”

유 배우가 창극단에서 이미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을 때 서 배우는 막내였다. 서 배우는 “유 선생님 연습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도 ‘아, 소리는 저렇게 채우는 거구나’ 깨닫는다”고 했고, 유 배우는 “정금이는 그냥 믿고 맡기는 배우”라고 했다. “창극도 요즘엔 구전이 아니라 악보로 연습해요. 아무래도 우리 세대는 그게 익숙하지 않은데, 정금이나 후배들에게 불러달라고 해서 익히죠. 창피한 거 난 몰라. 시대가 바뀌고, 관객이 바뀌고. 모르는 게 있으면 배우는 거지.”

공연은 6월 10일까지, 02-2280-4114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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