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대 학생들이 지난달 1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본부 건물 앞에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는 플래카드 등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대 ‘시흥 국제캠퍼스’ 조성
학생들 “부동산 사업 뛰어드나”
계획 철회·총장사퇴 요구 농성

홍익대도 ‘세종 캠퍼스’ 논란
서강·국민대 내홍 끝 사업무산
구성원 동의없는 추진 禍 키워

서울대의 경기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들과 이들을 저지하려는 학교 측의 갈등이 다시 폭발했다. 2일 오전 7시 서울대 본부 건물 2층의 기자실과 복도. 곳곳에서 담요를 덮고 잠을 자고 있는 학생들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전날 오후 본부 건물 앞에서 성낙인 총장 퇴진 및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는 ‘서울대인 총궐기 집회’를 마친 학생 일부가 사다리와 망치를 동원, 2층 기자실 유리창을 깨고 안으로 들어갔던 것. 학교 측이 성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본부 1층에서 연좌농성을 진행하던 학생 20여 명을 끌어내자, 학생들은 본부 재점거로 맞섰다. 앞서 서울대에서는 지난 3월 11일 소화기와 소화전까지 동원한 격렬한 충돌 끝에 학생 한 명이 실신하고 직원과 학생 여러 명이 경상을 입은 바 있다. 당시 본부 점거는 153일 만에 일단락됐지만, 서울대 학생들은 이어 단식 농성을 단행했다. 또 4월 27일부터 서울대인 총궐기 집회가 열린 1일 건물 밖으로 끌려 나오기 전까지는 학생 20여 명이 성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본부 1층에서 연좌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대 학생과 학교 측 간 사상 초유의 충돌이 벌어진 원인은 ‘캠퍼스 갈등’에 있다. 2009년 6월 서울대와 경기 시흥시가 국제캠퍼스 조성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따라 지난해 5월 30일 서울대 이사회가 ‘서울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계획안’을 심의·의결했고, 이에 일부 학생들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본격화했다. 반대 학생들은 “대학 당국이 학벌 프리미엄이 있는 서울대의 브랜드 가치를 팔아 수익성 사업에 뛰어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시흥캠퍼스는 전인교육형 기숙사·교직원 아파트·글로벌 융복합 연구단지·서울대 시흥병원 등으로 조성된다.

‘제2 캠퍼스’ 문제로 내홍을 빚고 있는 곳은 서울대뿐만이 아니다. 지방 캠퍼스를 조성해 세를 확장하려는 대학이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캠퍼스 설립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제2캠퍼스와 본교 구성원 간 다툼이나 캠퍼스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간 분쟁 등 갈등의 형태는 다양하다.

최근 홍익대는 ‘세종캠퍼스’와 때아닌 본·분교 논란에 휩싸였다. 3월 20일 낮 12시, 끼니도 거른 채 정문 앞에 모인 300여 명의 홍익대 서울캠퍼스 학생들은 “학교 측이 올해 초 세종캠퍼스를 ‘분교’가 아닌, ‘제2캠퍼스’로 교육부에 최종 확인을 받았다”며 시위를 벌였다. 제2캠퍼스는 인문·사회 계열과 자연·이공계열 등 학문 분야로 학습장을 분리할 뿐 다른 차이는 없다. 학교 예산 역시 본부에서 통합해 운영한다. 경희대(서울·국제), 성균관대(서울·수원)가 대표적이다. ‘단결홍익주권찾기’ 관계자는 “최근 세종캠퍼스가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 등급을 받아 신규 재정 지원 사업에 제한을 받게 되자, 학교가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의 예산을 통합 편성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 허모(19) 씨는 “학교가 교육부에 제2캠퍼스로 최종 확인을 받으면서 추후 취업이나 학과 통폐합 문제 등 불이익이 생길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홍익대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는 3월 22일 학교 측과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학교 관계자는 “애초 세종캠퍼스는 설립 때부터 분교가 아닌 제2캠퍼스로 승인을 받았고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사실을 공고히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수도정비법에 따라 세종캠퍼스에서 서울캠퍼스로 학생이 이동할 수 없고 학과 통폐합 같은 변화도 없을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장상희 총학생회장은 “취업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학교가 약속과 달리 학과 통폐합 등을 진행한다면 다시 시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캠퍼스 설립 문제로 7년째 내홍을 겪다 결국 사업이 무산된 학교도 있다. 서강대와 경기 남양주시는 갈등의 골만 깊어진 채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2014년 12월 국토교통부가 캠퍼스 설립 조건으로 양정동 일대 복합단지 개발부지의 개발제한구역 97% 해제를 용인하며 2020년 개교가 가시화됐지만, 지난해 10월 재학생 정원 문제로 결국 사업은 무산됐다. 서강대 측은 “5000여 명의 학생을 남양주캠퍼스에 단계별로 옮기는 데 합의했는데, 남양주시가 5000여 명을 한 번에 옮겨갈 것이라고 국토부에 신고했다”며 사업 무산 이유를 밝혔다.

국민대 역시 경기 김포시에 캠퍼스 설립을 두고 학내 구성원 간의 갈등이 있었다. 지난해 4월 국민대는 김포시와 캠퍼스 조성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국민대는 2018년 개통 예정인 풍무역세권 개발 사업지구 9만㎡에 김포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당시 학교 측은 캠퍼스 조성 사업이 산학협력 강화·지역 사회 연계 등의 효과를 통해 글로벌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포시의 숙원 사업인 4년제 대학 유치와도 이해관계가 맞았다. 그러나 어느 단과대학이 이동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불안감은 컸다. 학교 측도 김포시의 요구와는 달리 부대시설인 어학원·영화 촬영 스튜디오만을 설립해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결국 지난해 12월 사업은 무산됐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 복지 및 교육의 질에 집중하길 바라고, 운영진은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을 추진해 경쟁력을 높이려고 하는 등 서로 추구하는 관점이 달라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효목·김현아·김성훈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