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결단 김수남(가운데) 검찰총장이 27일 오전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영장청구, 법·원칙에 부합”
대선 일정 감안 빠르게 결정
내달 초순까지 기소할 방침
혐의부인 朴과 법리공방 예고

재단출연 롯데 ‘피해자’가닥
SK는 ‘뇌물 혐의’ 추가 검토

김수남 검찰총장이 장고 끝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결단을 내렸다. 검찰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이 13개에 이르는 범죄 혐의를 받는 등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의 중대성·형평성 고려한 결정”= 검찰은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사건 기록 검토에 나섰지만, 이미 구속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범죄를 저지른 청와대 참모진과 장·차관도 다수 구속됐다. 구속 수사가 검찰 수사의 ‘목적’은 아니지만, 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공무상 비밀누설 등 중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에 대해 구속 수사를 해온 관례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상대방,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종범들이 대거 구속됐는데 주범 격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만 불구속 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 적용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총장이 지난 23일 대검찰청에 출근하며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 방향과 관련해 “그 문제는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힌 시점에 이미 ‘구속영장 청구’라는 큰 틀의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거인멸 가능성도 고려 =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도 일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범죄 혐의와 관련한 사실관계 일부를 인정하면서도 ‘범죄의 고의성’을 전면 부인하는 진술 태도, 구속되지 않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과 입을 맞출 가능성 등도 ‘구속이 불가피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탄핵 된 전직 대통령의 처지’를 고려해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김 총장은 애초 이 같은 요인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선 정국 일정도 감안 = 이날 검찰이 영장 청구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은 사실상 대선 국면에 접어든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김 총장의 결단 시점이 이번 주 중·후반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는 신중함을 이유로 결정을 더 미뤄 “대선 정국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전격적으로 영장 청구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중 각 당의 대선 후보 윤곽이 드러나고 다음 달 17일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는 정치 일정표를 고려해 다음 달 초순에는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SK·롯데 운명은 =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SK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추가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지난 18일 최태원 SK 회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13시간가량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SK가 2015년 11월 면세점 사업권을 잃은 뒤 면세점 재선정을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 2015년 8월 최 회장의 사면 대가로 출연금이 간 게 아닌지도 집중 수사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해 2∼3월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면담 직후 재단 출연금과 별도로 80억 원을 추가로 요구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롯데의 뇌물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요의 피해자’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수사 경과에 따라 전격적으로 뇌물공여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손기은·정철순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