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땐 전직대통령 중 첫 사례
‘혐의 인정’ 서면심사 가능성도

검찰이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가 도입(1997년)되기 전인 1995년 구속됐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면 전직 대통령 최초라는 기록을 또 하나 세우게 된다.

영장실질심사는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피의자가 출석한다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출석 의사를 밝힌다면 서울중앙지법 321호실에서 오전에 영장실질심사가 열릴 확률이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례를 본다면, 통상 오전에 심사가 끝나는 것과 달리 오후 5∼6시까지도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에서는 검찰과 변호인 측이 구속 사유를 두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측은 중대한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으며 추가 수사에 대한 증거인멸 우려 등을 들어 구속영장 발부의 당위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이며, 변호인 측은 이미 수사가 거의 진행돼 구속 수사가 필요하지 않으며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반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장실질심사 종료 후 박 전 대통령은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구치소 또는 법원 측이 지정한 임시 장소에서 대기할 것으로 보인다. 영장 발부는 선례에 비춰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진 다음 날 새벽쯤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이번 국정농단 사건 주요 피의자들 모두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치소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신분을 고려, 법원 재량으로 구치소가 아닌 다른 장소를 대기 장소로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서면 심사만을 통해서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지난해 ‘법조비리 파동’에 연루됐던 최유정 전 부장판사와 홍만표 전 검사장 등 주요 피의자들은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 의사를 밝혀 서면 심리로 대신한 바 있다.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으면 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입장이 더 무게 있게 검토되는 만큼, 영장이 발부될 확률이 높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