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14일 오전 경기 과천시의 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종합상황실에서 2개월도 남지 않은 대선 점검 작업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黃대행 선거일 확정 지연

朴 불복정치가 정국 이슈로
정책 토론보다 구호만 난무

후보·공약 검증 시작도 못해
기간 짧아 ‘깜깜이 대선’ 우려

황교안 본인출마 고심 가능성
“불확실성 키워” 비판 목소리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나흘이 지났는데도 대선일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이번 대선이 ‘깜깜이’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대선 후보 검증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조기 대선으로 검증 기간은 줄어든 역설적 상황 속에서 선거일 확정 지연은 불확실성과 혼란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4일로 차기 대선까지 남은 최대 일수가 56일로 줄어든 가운데 정치권은 여전히 탄핵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정치’ 논란이 정국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차기 리더십 경쟁이 본격화되지 못한 것이다. 후보의 신상이나 공약 검증은 아직도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대선 후보들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약이나 비전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은 보이지 않고, 구호와 주장만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일 미지정은 이러한 상황을 지속시키는 데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60일 선거 기간 중 열흘은 짧지 않은 기간”이라며 “대선일 공고는 후보들의 태도가 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말했다. 선거일 공고 지연은 각 당의 경선 기간이 줄어드는 결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야당 관계자는 “선거일이 지정되면 각종 유권자 단체들에서도 여러 이벤트를 마련할 것인데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정당 가운데 경선 일정을 가장 빨리 마치는 바른정당의 경우 선거일 공고 이후 1주일 남짓 만에 경선이 끝나게 된다. 대선일 공고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출마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아 대선 구도도 불확실한 측면이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선일 결정 지연으로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극단적으로 분열된 민심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다수 국민의 선거 참여가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선관위원 전체회의를 열고 “대선 절차를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국민의 투표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선거일을 최대한 빨리 확정해야 하고, 선거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조기 대선일이 확정되지 못하면서 대대적인 대선 홍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