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대응인척 선동 부추겨
‘한국손님 사절’ 사진도 확산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인들의 ‘광적인 애국주의 행위’로 확산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관영 매체들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를 마치 정당한 대응인 것처럼 ‘제재’라고 표현하면서 한국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이 매체들은 특히 “비이성적인 행위는 안되지만 (한국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며 중국인들의 반한행동을 이면에서 부추기고 있다.

3일 중국 장쑤(江蘇)성 난퉁(南通)시 공안국은 공식 웨이보(微博) 계정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 소수인들이 롯데 제재를 내세워 비이성적인 행위를 했다”며 “시민들이 이성적인 애국 행위를 할 것을 호소하며 불법행위를 할 경우 엄격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SNS에서는 현대차를 부수는 행위를 찍은 동영상이 퍼져나갔다. 이 동영상은 난퉁시에서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주의 성향의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3일 사설을 통해 “현대자동차를 부수는 사진이 최근에 찍은 것인지, 사드와 관련된 것인지 불명확하지만 만일 사드 제재와 관련 있는 것이라면 이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행위”라며 현지 공안은 즉각 조사하고 해당자를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인 밀집지역인 베이징(北京) 왕징(望京)의 고기 전문점 점원이 찾아온 한국인에게 환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2일 인터넷에 돌기 시작했으며 한 식당 문 앞에 “한국 손님은 받지 않는다”고 써 붙인 사진도 퍼져나갔다.

환추스바오는 현대차 파괴나 식당의 한국인 입장 거부 등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오늘의 중국 민중을 진정으로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의 국격, 한국인의 인격에 모욕을 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제재가 깔끔할수록, 힘이 있을수록 제재에 참여하는 중국 대중의 집단 위엄이 더욱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하며 여전히 선동했다. 2일에는 중국 국가여유국이 중국 상위 20대 여행사를 소집해 ‘이달 15일부터 한국행 관광 상품 판매를 전면 중지하라’는 구두 지침을 내렸으며 이번 조치는 베이징을 시작으로 중국 전역으로 확대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