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일호(오른쪽부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사드 주한미군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 대응 등을 논의하기 위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회의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합뉴스

- 정부 다각도 대응 추진

“양국 정면충돌은 피해야”
언급 자제속 對中소통 강화

사드 배치는 예정대로 추진
경제보복 국제사회 통해 대응

“北核-사드 함께 中에 설명
美-中 사이 외교노력 해야”

정부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주한미군 배치 강력 반발에 대해서 일단 정면충돌을 피하고 소통을 강화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사드 배치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한·중 간 고위 실무급 협의에서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국제사회를 통해서도 불합리성을 알려 나가기로 했다. 사드 배치는 주권적 사안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적 조치라는 사실을 강조할 계획이다.

당정은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진 고위당정회의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열린 고위 당정회의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황 권한대행은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위적 방어조치로,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는다”면서 “국방부와 롯데 간 부지교환 계약 체결로 사드 배치 부지가 확보된 만큼 정부는 부지공여,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미 간에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 측에서 황 권한대행을 비롯해 유일호 경제부총리, 한민구 국방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등 외교·국방·경제·통상라인이 모두 참석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와의 정면충돌은 피하면서 상황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제 제재를 공식 언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문제 제기에 나설 경우 자칫 이 문제가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전날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와 관련해 “양국 관계의 발전과 국민 간 우호 증진에 도움되지 않는 언행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일단 중국의 사드 보복이 세계무역기구(WTO)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등이 아닌지 검토하고, 우리 기업들의 피해 현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 내에서도 한국과의 준 단교 상황 등 한·중 관계가 완전히 파탄으로 가는 건 원치 않는 분위기다. 중국 언론들이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일종의 ‘레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할 수 있도록 메시지 관리 및 대화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사드 문제를 동일 선상에 놓고 한국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관련 문제로 중국 정부를 설득하면서 동시에 미국도 설득하는 모습과 노력을 보여줘 나름대로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