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인천 중구 신흥동 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 ‘비비고 왕교자’ 생산 설비에서 만두가 생산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 ⑤ ‘제품 차별화’로 혁신

■ CJ그룹

만두소 갈지 않고 칼로 썰어
‘비비고’로 냉동만두 편견 깨

CGV, 4DX 세계 첫 상용화
“연내 전세계 600곳 만들 것”

지난 2013년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왕교자’란 냉동만두 브랜드를 내놓았을 때 시중의 반응. “냉동만두라고? 만들기 귀찮아 사서 먹는 인스턴트 식품 아닌가”. 그런데 웬일, 이 제품은 지금 연 매출 1000억 원을 거두며 시장 점유율 40%를 달성, 1위 제품으로 올라섰다. 소비자들은 냉동만두의 부정적 인식을 단번에 깬 차별화된 맛과 품질에 열광했다. “반찬 없어 걱정되는 날에도 비비고 왕교자만 있으면 된다” “냉동식품 떨어졌을 때 유일하게 채워 넣는 제품”이란 반응은 이를 보여준다. 비비고 왕교자를 등에 업고 CJ제일제당은 앞으로 3년 후 비비고 만두 매출을 1조 원대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가시화할 수 있게 됐다.

‘슈렉’ ‘쿵푸팬더’의 제작자인 제프리 카젠버그는 지난 2011년 세계 최대 영화산업박람회인 시네마 콘에서 찬사 하나를 쏟아 냈다. “영화관의 미래를 알려면 한국의 극장에 가라.” CJ CGV 자회사인 CJ 4DPLEX(포디플렉스)가 장편 영화 상영관으로는 전 세계 통틀어 지난 2009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오감체험 특별관인 4DX를 체험하고 흥분한 것이다. ‘그래비티’를 만든 거장 알폰소 쿠아론도 “4DX를 고려한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볼까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손가락을 추켜 세웠다.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4DX는 전 세계 44개국에서 360개 상영관을 운영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 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신기술로 떠올랐다. 최병환 CJ 포디플렉스 대표는 “올해 말까지 전 세계에 600개 이상의 4DX관을 구축하고 2020년에는 글로벌 1위 특별관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CJ CGV 자회사 CJ 4DPLEX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오감체험 특별관 4DX 상영 영화 이미지. CJ CGV 제공

CJ그룹이 간판 주력인 식품과 문화산업 부문에서 차별화된 연구·개발(R&D)과 혁신적 사고로 1등 브랜드의 위치를 다지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매출 30조 원을 넘어섰고, 3년 뒤 100조 원 매출 목표를 겨냥하고 있는 CJ의 평범하면서도 녹록지 않은 성장을 위한 ‘비밀병기’는 R&D 투자와 기술혁신으로 집약된다.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장(부사장)은 “비비고 만두와 앞서 ‘햇반’ 개발 과정에서도 우리는 혁신과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제일 강조했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며 “국내 식품시장을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선도적 동력을 마련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비비고 왕교자 개발 과정을 들여다보면 정교한 접근에 놀라게 된다. 평범한 만두 하나를 만드는 데 이처럼 세밀한 노력이 필요하겠냔 의문이 들 정도. CJ제일제당은 일단 비비고 왕교자를 글로벌 전략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결정이 내려지자, 3년 동안 500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혁신적인 R&D를 통해 제품 외형과 식감을 차별화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맛, 품질을 살리기 위한 제조역량 확보에도 300억 원을 투자했다. 기존 만두 제조공정도 과감히 버렸다. 고기, 야채를 갈아서 만두소를 만들던 관행을 버리고 칼로 써는 공정을 새로 도입했다. 돼지고기를 손상하지 않고 보존하면서 원물(原物) 그대로의 조직감과 육즙을 살려 씹었을 때 입안에서 가득 차는 풍부한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기존 13g이던 교자만두에서 벗어나 35g으로 키워 왕교자 타입으로 만들었다. 외형도 납작한 일본식 교자만두가 아니라 바다의 해삼 모양인 ‘미만두’ 형태로 제형해 씹을 때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물결치듯 아름다운 만두피 주름을 넣어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반죽은 3000번 이상을 치댄 후 수분 동안 진공 반죽을 해서 쫄깃한 식감과 촉촉함을 살렸다. 결과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앞서 1996년 12월에 출시해 이젠 상품 밥·즉석밥의 대명사가 된 햇반 역시 밥을 사서 먹는다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음을 떠올리면 미래지향적인 혜안이 돋보인다. 당시 CJ제일제당 1년 영업이익의 10분의 1에 속하는 100억 원을 투자해 일체의 미생물 침투를 허락하지 않는 무균포장기술을 도입하고 갓 지은 밥맛을 살리기 위해 당일 도정을 결정했다. 수확 후 햇곡 같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건조된 쌀을 15도에서 저온 보관하고 아기 젖병에도 쓸 정도로 안전성이 검증된 폴리프로필렌(PP) 소재를 포장 용기로 사용했다. 도입 당시 “이런 낯선 제품이 소비자에게 먹힐까”라는 갑론을박과 난상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햇반은 지금 누적 매출 1조1400억 원, 누적 판매량 17억 개의 ‘국민 브랜드’로 성장했다. 20년이 지났지만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강신호 부문장은 “비비고 만두, 햇반의 성공신화에는 단순히 제품 생산에 그치지 않고 혁신을 통해 최고 제품을 만들어 국가 미래성장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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