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증거조사 안끝났다”주장
‘헌재 결정 무시한다’비판나와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이 ‘최종 서면(書面)’ 제출은 유보하고,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등의 증인 신문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준비 서면을 제출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지난 16차 변론기일 때도 박 대통령 측은 고 전 이사 등의 증인 신문이 필요하다고 재차 주장한 바 있다. ‘대통령 권한남용에 관한 헌법 문제 관련 의견’ ‘법 위반의 중대성 요건에 대한 피청구인(대통령)의 입장’ 등의 준비 서면도 함께 제출했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모든 증인 신문을 종료하고 오는 27일을 최종 변론기일로 정한 상황에서 23일까지 제출하라고 한 최종 서면은 내지 않고 다른 내용의 준비 서면을 내는 것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헌재의 결정을 무시하는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가 심판 초기부터 대통령의 석명(釋明)을 요구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시 청와대의 역할’ ‘비서실 조직 완비 시기·비선 조직으로부터 도움받은 분야와 시기’ 등을 최종 변론기일만 앞둔 현재까지도 직접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 주심 강일원 재판관이 석명을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응하지 않았다. 심판정 내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에게 직접 물었으나 “준비가 안 됐다” “알아보겠다” 는 식의 답변만 되풀이됐다. ‘세월호 7시간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서면은 “내용이 부실하니 보충해 제출하라”는 헌재의 추가 석명 요구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헌재 안팎에서는 “헌법을 강조하면서 헌재는 무시한 채 본인들이 내고 싶은 것만 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 측은 ‘아직 모든 증거조사가 끝나지 않았다’‘헌재의 탄핵 심판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고 전 이사 등의 증인 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증거 조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 변론 및 최후 진술을 위한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동시에 또 다른 한편에서는 ‘아예 심판 자체의 유효성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식이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 관계자는 “박 대통령 측이 내부적으로도 합치된 의견이 없는 상황에서 변호인 개인의 ‘각개 전투’가 시작된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