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신들 일제히 보도

“反재벌여론 경제우려보다 강해
기업 범죄 집중수사 이뤄질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외국 언론들은 그의 향후 행보에 큰 제동이 걸렸다는 점을 넘어 한국 재벌그룹의 경제범죄에 대한 집중 수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16일 블룸버그는 이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이자 한국 최고 유력 기업의 최고위직(회장)에 오르는 길을 위태롭게 하는 이례적 조치”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이 부회장의 구속 관련 소식을 전하며 “법원의 명령은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삼성그룹 3세 후계자의 오랜 승계 계획을 복잡하게 만드는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또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7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투병으로 인해 경영을 지휘할 수 없는 가운데 삼성그룹은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잃었다”며 “경영에 정체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를 계기로 한국 사법 체계의 재벌 단속이 강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이 부회장의 구속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뇌물 혐의를 규명하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힘겨운 승리”라며 “이 부회장은 특검팀의 폭넓은 수사의 덫에 걸려든 가장 중요한 기업인”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또 “기업 분석가들은 이 부회장의 사례가 비교적 젊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법 체계가 삼성그룹과 같은 족벌기업, 이른바 재벌의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중 단속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영장 발부가 한국 내 반기업 정서 확대 등 경제적 여파를 우려하는 시각도 제시됐다. 로이터는 17일 “이 부회장의 구속은 전문 경영인들에 의해 운영되는 삼성그룹의 경영에 대한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 최대 그룹의 (경영)전략 결정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AP는 이날 “삼성그룹의 사실상 리더인 이 부회장의 구속은 재계에 대한 충격이 될 것”이라며 “재벌을 비판하는 이들은 환호할 것”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한국 경제계는 법원의 신중한 대응을 요구했지만 한국 내 ‘반(反) 재벌’ 여론이 강했다”며 “이런 여론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한 특검팀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