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법정 공방 치열할 듯

삼성, 구속적부심 청구할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17일 구속된 가운데, 오는 3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 대 특검’의 법정 공방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 박근혜 대통령 사이의 구체적인 뇌물 및 청탁·대가 관계를 두고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재판의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가장 대표적인 논란지점은 청와대로부터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순환출자 관련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특검 측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후 공정위가 삼성의 순환출자 문제를 심사·결정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고 봤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당시 공정위가 제시한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융위원회가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을 바꾸도록 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하는 데 특혜를 줬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삼성은 ‘거래소와 투자자의 요청에 따라 상장한 것’이라고 맞섰다.

20억 원이 넘는 명마 블라디미르 ‘우회 지원’ 의혹도 특검과 삼성 측의 말이 다른 상황이다. 특검 측은 지난해 9월 말 삼성 측이 최 씨와의 ‘부당 거래’를 위장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소유권을 중개인을 통해 최 씨에게 싸게 넘기는 방식으로 뇌물을 공여했다며, ‘삼성 주장대로 돈을 뺏긴 피해자라면 이런 식으로 우회 지원을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 측은 “어떤 방법으로도 우회 지원을 한 바 없으며, 매매나 이면 계약 등에 관해서도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구속영장은 범죄 사실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을 정도의 소명이 이뤄지면 발부되지만, 재판에서는 범죄 사실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만 유죄 판결이 난다. 이때 범죄의 증명은 검찰 측인 특검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기소 전 약 10일간 특검의 치밀한 조사가 예상된다. 반면 삼성 측은 그 기간 매 조사에 입회해 특검에서 제시할 증거의 탄핵과 반박 논리 구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법정 공방에 앞서 이 부회장 측이 구속적부심사 청구 등에 나서 구속의 적법성을 다시 가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기소 전이라도 요건이 충족된다면 법원이 보증금 납부를 조건으로 석방할 수도 있다. 물론 법원 측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을 허용한 경우는 매우 적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