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분이라 가능하다 생각”
광고사 지분 강탈 관련 증언
송성각·김상률 인사개입 인정

광고회사 컴투게더 대표를 협박해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려 한 혐의(강요미수) 등으로 기소된 차은택(48)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15일 증인으로 출석해 포레카 인수 추진이 최순실(61) 씨 주도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차 전 단장 등에 대한 5회 공판에서 차 전 단장은 피고인이 아닌 증인 신분으로 포레카 인수 과정과 최 씨의 개입 정황에 대해 진술했다.

이날 차 전 단장은 포레카 인수 개입 정황을 설명하며 “최순실이 포레카 인수에 관해 이야기한 것은 2015년 2월이었고 거의 준비가 다 돼 있는 것으로 말했다”며 “그 당시에 최 씨가 정계에 힘이 있는 분이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차 전 단장은 자신이 송성각(59)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 김상률(5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인사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은 포레카 지분 인수를 추진했던 모스코스의 지분구조에 대해 추궁했고 차 전 단장은 “모스코스 회사 지분부터 최 씨가 수시로 바꿨다”고 밝혔다.

검찰 측이 포레카 지분을 무리하게 강탈하려 한 이유를 묻자 차 전 단장은 “모스코스가 광고회사로서 자리를 잡을 것이라 생각했고 최 씨로부터 한상규(61) 컴투게더 대표가 대부업체를 통해 무리하게 포레카를 인수한다고 들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앞서 진행된 4차례의 공판에서 차 전 단장은 최 씨의 지시로 광고기획사 모스코스를 만든 후 포레카를 인수하려 했지만 신생 업체여서 인수 자격이 되지 않자 한 대표로부터 지분을 강탈하기로 한 정황이 드러났다.

차 전 단장은 “재판에 나와 진술했던 한 대표를 보면서 너무 죄송하게 생각했고 무릎이라도 꿇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생각을 못 했다”는 심경을 밝혔다.

차 전 단장과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은 대부분 혐의를 자백하며 ‘차은택의 강압 행위’에 대해 진술했다. 지난 8일 열린 4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경태(39) 전 모스코스 이사는 “차 전 단장이 컴투게더 한 대표에게 ‘모스코스 배경에 힘 있는 어르신들이 있다’고 말하라고 했다”고 진술했으며, 송 전 원장도 “차 전 단장이 세무조사를 통해 한 대표를 압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