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정당

유승민·남경필, 탄핵에 기대기
黨 정체성 논란에 비전도 약해

바른정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의당보다 낮은 정당지지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속 대선 주자들은 한결같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모든 게 바뀔 것”이라며 지나친 낙관론만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권에 대한 비전 제시는커녕 당 정체성조차 확립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탄핵 심판이라는 외부적 요인에만 기대고 있는 안일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른정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유승민 의원의 한 측근은 14일 통화에서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다는 것은 곧 박 대통령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보수의 미래를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다른 대안은 없는 것 아닌가. 보수의 대안으로 유 의원이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도 최근 공식 석상에서 “지금의 지지도는 별 의미가 없다. 헌재 판결이 나면 지지율은 요동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 측 관계자도 “탄핵 심판 이후 판은 바뀔 거다. 보수층이 강하게 결집한다든지, 이대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그 반작용으로 보수층이 재결집할 것이고 자신이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유 의원과 남 지사 모두 평균 지지율 5%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보수층의 지지를 받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에도 지지층 이동의 수혜를 본 것은 오히려 안희정 충남지사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였다. 더구나 이들은 보수 진영으로부터 정체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은 물론 위기의 보수를 어떻게 혁신하고 정권 재창출의 길로 이끌지에 대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보수진영에서 이들보다 안 지사로 기우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황 권한대행을 견제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유 의원 측은 “탄핵 심판이 인용될 경우, 박근혜정부의 책임을 안아야 하는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나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