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압수수색 나선 特檢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청와대 연풍문 앞에 정차한 승용차에서 내려 청와대로 들어서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박충식·양재식 특검보 출동
朴 대면조사 ‘전초전’ 성격

강제집행 수단 없어 설득만
“압수 못해도 혐의입증 자신”

3일 오전 10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충식·양재식 특검보가 청와대 연풍문에서 민정수석실 및 경호실 직원에게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다. 특검은 전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어 검사와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압수수색 집행팀이 청와대 경내 진입을 시도했지만 일단 청와대 측의 저지에 막힌 상황이다. 양측은 영장의 집행 방법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이날 전격 압수수색은 다음 주 예상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앞두고 청와대 곳곳에 보관 중인 주요 자료 확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 등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은 그만큼 청와대 경내 진입에 대한 특검의 의지를 보여주고 압수수색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압수수색은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 명의 특검보 중 선임인 박 특검보를 주축으로 박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을 전담해 온 양 특검보 등이 총출동한 것은 사상 첫 청와대 경내 진입을 시도하는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비선 진료 의혹, 최순실(61) 씨 등 민간인의 청와대 무단출입 등이 박 대통령 혹은 청와대와 직접 관련된 수사 대상들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실, 정책조정수석실, 민정수석실, 의무동, 경호실 등 최순실 사건과 관련 있는 청와대 주요 업무 공간이나 대통령 관련 기록물이 보관된 사무실 등이 대거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청와대는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았다. 한 차례도 수사 기관의 경내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던 청와대는 이번에도 군사상 비밀 유지가 필요한 장소의 경우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110조를 근거로 내세웠다. 특검은 일단 청와대가 압수수색에 불응할 경우 강제 집행할 수단은 여의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끝까지 압박하거나 절충안을 내놓는 등 추가적인 방안도 강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끝까지 특검의 강제 수사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청와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은 만큼 특검 입장에서는 충돌은 피하되, 자료확보나 대통령 대면조사 등에서 청와대의 양보를 최대한 얻어 내겠다는 여론전 성격도 있다. 압수수색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내부적으로는 이미 박 대통령 등의 혐의 입증에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자신감도 읽힌다.

압수수색 영장 시한도 넉넉히 발부받아 추후 영장 집행을 재시도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 특검 관계자는 “명백한 범죄 자료인데도 청와대 안에 있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막는 행동을 이해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기·김리안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