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심판 한달 … 줄다리기만

朴측 변호인 총사퇴 때 절차 등
法조항없어 ‘아전인수’식 공방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3일로 본격 변론기일에 돌입한 지 한 달을 맞았지만, 증인 신청·채택 논란에서부터 헌법재판소 전원합의부 구성,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사퇴, 탄핵소추안 수정 등 각종 이슈가 엎치고 덮쳐 되레 한 달 전보다 더 복잡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의 주요 쟁점이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한 ‘법리 다툼’이 아니라 심판의 절차를 둘러싼 ‘법률 해석 싸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다.

탄핵 심판에서 피청구인(박 대통령) 측 변호인이 모두 사퇴했을 때 절차라든지, 탄핵소추안 수정 시 국회의 재의결이 필요한지 등을 규정한 딱 들어맞는 법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 소추위 측과 박 대통령 측이 각각 자기 편에 유리한 쪽으로 법률 해석을 하며 공방을 벌이는 배경이다. 여기에 공석이 됐거나 곧 결원이 될 헌재소장 및 헌재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까지 가세하며, 재판의 본류를 벗어난 공방이 더욱 거세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헌재로서는 양측이 대립하는 부분을 규정해 주기 위해 법리 검토에 들어가는 등 추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추후 탄핵 결과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물론이며, 이번 탄핵 심판이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탄핵 심판의 ‘교과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헌재는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헌재는 국회와 대통령 측의 ‘장외 공방’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탄핵 사유와 관련한 ‘본류’ 심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헌재는 3일까지 대통령 측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청와대가 한 역할’ ‘최순실 씨로부터 박 대통령이 받은 도움의 내용 및 시기’ 등을 소명하는 자료를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대통령 측이 추가로 재신청한 증인 15명에 대한 채택 여부는 오는 7일 11차 변론기일에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을 증인으로 재신청했다. 이날 증인 채택 여부에 따라 향후 재판 일정의 전체적 윤곽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오는 14일 열리는 13차 변론기일까지 예고된 상태다. 대통령 측이 ‘증인 무더기 신청’과 주요 증인의 ‘고의 늑장 출석’을 통해 선고를 늦추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에 이어 이재만 전 비서관 출석 여부 및 시기에 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또 9일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소재지가 불명확해 출석요구서가 전달되지 않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오는 6일 열리는 최 씨의 형사재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헌재의 증인 소환에도 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