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일호(오른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 대책 의미·배경

TPP 개별국들과 FTA 추진
새 통상환경 대비 특단조치

美재무부 4월에 환율보고서
수입 늘려 통상마찰 피하기

지역경제협력대사 새로 임명
대형 해외사업수주 측면 지원

정부가 26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12개국 중에서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은 멕시코, 일본 등 2개국과 FTA를 포함한 협력 강화 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은 새로운 국제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미국이 TPP 탈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주장하면서 다자간 무역협정인 ‘메가 FTA(Mega FTA)’가 쇠퇴하는 상황 변화를 멕시코, 일본 등과 FTA 체결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어차피 TPP에 가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의 TPP 탈퇴에 따른 직접적 악영향은 없고, 다자간 협상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TPP 가입 12개국과 모두 FTA를 체결하면 오히려 호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멕시코와는 한·멕시코 FTA 체결을 포함한 협력 강화 방안을 추진하되, 일본과는 ‘위안부 문제’ 등 정치 이슈가 존재하는 점을 고려해 한·일 FTA가 아니라 한·중·일 FTA 체결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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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선 현재 진행 중인 한·중미 FTA 협상 국내 절차와 에콰도르, 이스라엘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멕시코, 아르헨티나·브라질 등이 소속된 남미공동시장(MERCOSUR), 러시아·벨라루스 등으로 구성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도 신규 FTA를 추진한다.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중남미 등 미주를 연결하는 FTA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지정학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 유라시아 신흥시장 진출 기반도 확대되는 셈이다.

아울러 이미 FTA 협정이 맺어진 인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칠레와는 추가 협상을 거쳐 주력 품목에 대한 자유화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은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피하겠다는 의도뿐만 아니라, 오는 4월 미국 재무부가 환율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심층 분석 대상국’(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못하도록 선제 조치를 하겠다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부는 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을 늘릴 수 있는 품목과 금액의 공개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미 협상 카드’를 미리 노출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 2월 ‘국제금융협력대사’와 4명의 ‘지역경제협력대사’를 새로 임명함으로써 대규모 사업을 발주한 국가의 고위급 인사 접촉 등 수주 외교를 측면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국제금융협력대사의 경우 국제 경험이 풍부한 허경욱(행정고시 22회)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와 신제윤(행시 24회) 전 금융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올해 국제금융협력대사가 임명될 경우 2007년 2월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이 국제금융대사에 임명된 뒤 10년 만에 처음이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