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통령의 가족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9일 워싱턴 링컨 기념관에서 주먹을 쥔 오른손을 하늘 높이 든 채 가족들과 함께 서 있다. 이날 링컨 기념관에서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이름 붙여진 대통령 취임식 축하 콘서트가 취임식 전야 행사로 열렸다. AP연합뉴스

- ‘트럼프 시대’ 전망

초유의 아웃사이더 대통령
기존 정치문법 파괴 예고

“모든 것이 협상 가능하다”
국제질서 대변화 시기 도래

이민자 단속·보호무역 강화
국내외서 갈등 야기할수도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하면서 ‘트럼프 시대’가 개막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아웃사이더’ 대통령의 출현은 기성 정치문법의 파괴와 기득권 세력의 위축뿐 아니라 전후 미국이 전 세계에 구축한 국제주의·자유무역 질서에도 균열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19일 링컨기념관 콘서트 축사에서 “우리는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전제한 뒤 “전 세계에서 본 적 없는 운동(movement)이 시작됐다. 이건 매우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변혁의 시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시대 도래와 함께 전 세계가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가 지난해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밝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비전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는 기업가 출신답게 “모든 것이 협상 가능하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반(反)이민과 반(反)자유무역 입장을 절대 굽히지 않았다. 실례로 트럼프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률이 50%를 넘는다는 지적에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철회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트위터를 통한 ‘독불장군’식 단문 정치와 언론과의 전쟁은 정당정치와 자유언론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원칙마저 흔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주요 지지층인 백인 노동계층에 제시한 핵심 공약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최우선 순위는 불법이민자 추방과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안)가 될 가능성이 높다. LA 타임스는 “지체 없이 국경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첫 조치는 초강력 불법이민 단속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기후변화 정책 폐지, 인프라 투자 등이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ABC 방송은 전했다. 이외에도 트럼프가 지난해 10월 게티즈버그에서 밝힌 ‘집권 100일 계획’에는 △정부 공무원 임금 삭감 △백악관·의회 인사의 퇴임 뒤 로비 금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석탄·원유 채굴을 제한한 규제 철폐 △불법 이민자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도시에 대한 예산 지원 금지 등이 담겨 있다.

이런 트럼프의 공약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대내적으로 반이민 정책과 오바마케어 폐지는 가뜩이나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분열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가 가장 중시하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과정에서 중국·멕시코 등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짙은 데다, 트럼프가 공공연하게 ‘하나의 중국’ 원칙 협상 가능성 시사와 함께 “중국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반중 노선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CNN 방송은 “트럼프가 전 세계를 뒤집고 있다”면서 “취임과 함께 전 세계 지도자들은 새로운 세계 무질서(world disorder)에 적응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