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 일방적 공격에 ‘억울’
‘프레임’ 갇혀 대응도 힘들어

SK그룹과 롯데그룹이 특별검사팀의 무차별적인 기업인 대상 수사 과정에서 ‘의혹의 프레임’에 갇히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뇌부의 공백 상태에서 그룹 회생을 위해 진행한 일상적 경영활동이나 청와대의 출연 강요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다른 기업들과 똑같이 냈던 기부금까지 모두 대가성 뇌물 혐의를 받자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특검은 SK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기부금을 사면의 대가로 간주하고 청탁의 단서로 녹취록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후 맥락을 보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최태원 회장의 복귀 필요성을 호소한 맥락에서 이해하는 게 더 타당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2015년 초부터 정·재계에서, 기업인 가운데 최장기 복역한 최 회장의 사면이나 가석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론이 높았고 김창근 당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를 알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면을 전후해서 진행된 모든 경영활동을 의혹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면서 “최순실 사건은 철저히 규명돼야 하지만 통상의 경영활동을 무조건 의혹으로 몰고 가는 것도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 회장이 2년 넘도록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는 동안 SK그룹은 경영난에 허덕였다. 따라서 SK 경영진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계각층에 회장 공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경영활동으로 봐야 한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70억 원을 출연했다가 돌려받았는데도, 면세점 특허 취득 추진과 관련해 대가성 의혹을 받는 롯데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장기간의 경영권 분쟁, 검찰의 대대적인 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로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재단 출연금 대가성 의혹까지 연루돼 매우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롯데는 현 정부 들어 롯데월드타워 특허권 상실, 롯데쇼핑에 대한 대규모 세무조사까지 받았고 지금도 20여 명의 임원이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하는 이중, 삼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이민종·유회경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