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최순실, 憲裁 첫 출석 박근혜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왼쪽 세 번째) 씨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5차 공개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최 씨가 헌재에 출석하기는 처음이다. 최 씨는 애초 지난 10일 탄핵심판 3차 공개 변론에 소환됐으나 특검 수사·형사재판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었다. 사진공동취재단

- 재계·전문가 잇단 지적

“최순실 등 몸통수사 지지부진
기업인들 수사만 전방위 확대”

“권력의 피해자인 대기업을
국정농단주범 규정 움직임”

“권력이 힘으로 기업 누르는
그릇된 관행 반드시 없애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수사가 조기 대선 가능성과 맞물린 ‘반(反) 기업’ 분위기에 편승해 ‘대기업 특검’ 등으로 변질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박영수 특검팀은 현판식을 가진 지 이날로 27일째를 맞았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입증을 위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혹 등 수사에 집중해왔다.

특검은 이날 삼성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고, 앞으로 수사 대상을 롯데와 SK, CJ 등 기업 전반으로 확대할 태세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정경유착이 단절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특검이 피의 사실을 흘리는 등의 여론몰이로 기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특검 수사의 초점이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욱 변호사는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활동 기간인 90일의 절반 이상이 지나도록 박 대통령은 물론, 국정농단의 몸통인 최 씨 등에 대한 수사는 비협조로 인해 전혀 하지 못하면서 기업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수사만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검이 대통령 탄핵을 위한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뚜렷한 실체적 증거도 없이 의심스러운 정황만으로 대기업을 단죄하려다 보니 ‘권력의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기업이 ‘국정농단 주범’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벌 해체’ 분위기에 편승해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기업을 상대로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지금처럼 오랫동안 신병을 붙들자고 구속까지 시키면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국제적으로 한국 기업들을 ‘범죄 집단’으로 낙인 찍히게 해 엄청난 피해를 입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특검 수사가 반기업 정서를 등에 업고 본질과 동떨어진 ‘대기업 때리기’에 치중하는 등 인기 위주로 가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부정부패 기업으로 낙인 찍히면 해외 사업에 큰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정환·최재규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