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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사이더’ 대통령의 미국

기후변화·이민자·核감축 등
오바마 정책 뒤집기 이어지고
정경유착 논란도 커질 가능성

2017년 ‘슈퍼 파워’ 미국의 권력 지형이 확 바뀐다. 오는 20일 제45대 대통령 취임식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8년 임기가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사진)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8년 만에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의 정권 교체다. 공화당은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획득하면서 막강한 입법권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공화당은 대선 승리로 대법관 임명권까지 쥐게 되면서 행정부·입법부·사법부 3부를 모두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 미국 정치 체제를 떠받쳐온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최초 ‘아웃사이더’ 대통령인 트럼프의 불예측성을 감안하면 올해 미국 사회의 불확실성은 이례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이며, 반(反)오바마식 ABO(Anything But Obama)정책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란과 진통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하원 다수당인 공화당과 함께 폐기할 가능성이 높은 오바마 레거시(업적)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내적으로는 △금융규제개혁법안 도드-프랭크법 폐지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 수정이나 폐기 △기후변화 대응 정책 폐기 △불법 이민자 추방 및 무슬림 입국 일시 금지 등으로, 모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 추진했던 정책들이다. 또 트럼프가 해외로 이전한 미국 기업의 상품에 보복 관세 35%를 물리겠다고 선언하면서 “새해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에 파괴적 한 해가 될 것이며, 해외에서 상당수 물품을 생산하는 정보기술(IT) 업계는 타격이 클 수 있다”고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는 최근 전망했다.

트럼프는 대외적으로도 △이란 핵 합의 폐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동맹 재검토 △한국·일본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하나의 중국’ 원칙 수정이나 폐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을 언급한 상태여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업적도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가 최근 “핵 능력을 확장하겠다”고 밝히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업적인 ‘핵 없는 세상’ 이니셔티브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일부 정책에서 기존 입장에서 다소 물러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기후변화·오바마케어 등을 강력 반대했던 인사들이 대거 발탁되면서 트럼프식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분석이 더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각 부처 총 실무 책임자인 차관보급 인사가 확정되는 올 6월 이후부터 본격적 공약 실행에 나선다면 대내적으로 잡음과 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가 폐지 1순위로 꼽은 오바마케어의 경우 올해 가입자가 지난해보다 40만 명 늘어난 640만 명에 달한 상태여서 대안 없는 오바마케어 폐지는 상당한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불법 이민자 추방 과정에서도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층의 반발도 무시할 수는 없다. 실제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뒤 뉴욕·LA 등에서 “트럼프 반대”를 외치면서 시위를 벌였는데, 최근 불거진 러시아의 미국 대선 해킹 의혹이 이 같은 반발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또 트럼프가 중국 상품 45% 고관세 부과 등 공세적 대중 보호무역주의를 시행하고, 핵능력 강화와 한·일 핵 개발을 허용하면 국제정세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또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뒤에도 개인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으면 공익과 사익 간 이해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이 때문에 정경유착 논란이 커지면서 정치적 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을 예측했던 ‘대선 족집게’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교수도 최근 “트럼프는 법을 아무렇게나 가지고 놀았던 사람으로, 트럼프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거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해서 탄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