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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직권남용’ 핵심증거 판단
블랙리스트 의혹 전방위 수사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정조준하고 있는 대상은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김 전 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정점에 서 있다. 특검팀이 28일 오전 김상률(56) 전 교육문화수석을 전격 소환한 것도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및 김 전 실장의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이 또 하나 주목하는 수사대상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일지’다. 특히 김 전 실장의 혐의 입증을 위해 업무일지 원본을 확보함으로써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갖게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과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조윤선(50)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을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뒤 박근혜정부에 밉보인 문화예술인들을 겨냥해 정부예산지원 등에서 배제하려는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든 배후가 김 전 실장 등 청와대인지, 해당 블랙리스트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하는 데 관여했는지 등을 추궁하고 있다. 김상률 전 수석은 현 정부 들어 문화계 황태자로 급부상한 차은택(47·구속 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외삼촌이다.

차 전 단장은 앞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최순실(60·구속 기소) 씨에게 자신의 외삼촌을 천거하자 청와대 수석으로 전격 발탁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른바 ‘김영한 비망록’으로 불리는 김영한 전 수석의 업무일지에는 청와대 재직 당시 김 전 실장의 지시내용 상당수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등 혐의를 입증하는 동시에 안종범(57·구속 기소) 전 정책조정수석의 깨알 수첩, 정호성(47·구속 기소) 전 부속비서관 녹취록과 함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일지나 수첩 등은 법원 재판에서 작성자가 해당 내용을 임의로 작성한 게 아니라는 점, 즉 ‘신빙성’이 입증돼야 한다. 관계자 진술이나 객관적 자료 확보 등 ‘증거조사’를 거쳐야 증거로 쓸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인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또 증거로서의 가치가 인정되면 그다음엔 해당 내용이 특정인의 혐의 유무를 입증할 만큼 ‘증명력’을 가졌는지를 살피게 된다.

‘김영한 업무일지’ 원본을 입수하겠다는 특검팀의 방침은, 그만큼 특검 차원에서 업무일지 내용에 대해 신빙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영한 업무일지에는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2014년 8∼10월 주재한 회의에서 “사이비 예술가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거나 “문화·예술계 좌파의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적혀 있다. 2015년 1월에도 “영화계 좌파 성향 인적 네트워크 파악이 필요하다”는 김 실장의 지시가 담겨 있다. 특검팀이 김영한 전 수석의 업무일지 원본을 구한 뒤 해당 내용을 뒷받침할 물증과 관계자 진술 등을 확보할 경우, 이는 김 전 실장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직권남용 등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