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등 “투기자본 방어용”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형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긴급 체포함에 따라 이제 특검 수사는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과 관련한 ‘청와대-보건복지부-국민연금’ 간의 연결고리를 찾는 쪽으로 수사망을 좁혀 가고 있다.

하지만 당시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국가 컨트롤타워 격인 청와대가 ‘정책(정무)적인 판단’에 따라 감독 부처에 관심을 주문했을 경우, 뇌물죄 적용 여부를 놓고 상당한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28일 학계 등에 따르면 실제로 해외투기자본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했을 당시만 해도 “개별 민간 기업의 현안을 넘어서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절대다수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나 국민연금 등이 당시에 엘리엇의 편을 들어 합병을 무산시켰더라도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했을 것”이라면서 “국가가 해외 투기 자본에 놀아난다는 비판이 거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은 삼성그룹의 국민경제적 비중을 고려할 때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 그 파장이 전체 기업으로 확산할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다수 언론도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주문하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삼성과 엘리엇의 대결로 비치고 있는 상황을 국익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엘리엇이 해외에서 큰돈을 번 여러 사례를 보면 대부분 ‘알박기’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물산 합병 건의 경우에는 합병이 무산됐을 때의 손해와는 비교할 수 없으므로 손해를 끼쳤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당시 주류여서 직접적인 물증이 나오지 않는다면 현재로선 뇌물죄로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이관범·최재규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