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탈당 D-1 새누리당 집단 탈당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추진위원회 회의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무성 전 대표, 정병국·주호영 창당준비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종구·황영철 의원. 김선규 기자 ufokim@

- 내달 24일 보수신당 공식창당

TK선 새누리 25% > 신당 18%
영남 민심 못돌리면 ‘사상누각’

潘 영입해야 정통 보수층 흡수
50~60대 이상 지지층 결집해
劉 “潘총장, 100% 신당 올 것”

보수의 적자(嫡子)가 될 것인가, 수도권에 기반을 둔 제3정당으로 남을 것인가. ‘새로운 보수’ 기치를 들고 기존 새누리당을 탈당한 개혁보수신당 추진 비박(비박근혜)계가 내년 1월 24일 창당을 앞두고 외연 확장에 나섰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민심을 얻지 못하면 향후 정계개편의 주요 국면에서 ‘중도’라는 어정쩡한 정체성으로 인해 확고한 기반 구축이나 세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반드시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정통 보수세력 복원의 흐름을 선점함으로써 야당과 정국의 양분하는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기 위한 것이다.

◇싸늘한 PK·TK 민심=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혁보수신당의 주요 지지층으로는 △수도권 △20~40대 △중도 보수 및 중도진보층이 꼽힌다. 촛불집회 여파가 컸던 수도권에서는 현역의원은 물론, 원외 당협위원장들까지 지역 여론을 의식해 대거 보수신당으로 몰리고 있다. 이미 수도권 현역의원 15명, 원외 당협위원장 30명 안팎이 조만간 새누리당을 탈당키로 했다.

새누리당을 ‘낡은 보수’라 비판하며 ‘보수 적자’를 자처했지만, 정작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TK와 PK 민심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중앙선데이 의뢰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기존 새누리당 TK 지지율이 25.4%인데 반해 신당 지지율은 18.1%에 그쳤다. 김무성·하태경 등 주요 현역의원들이 대거 이탈한 PK에서도 신당 지지율(14.2%)은 새누리당(18.8%)보다 낮았다.

PK 출신인 한 중진의원은 “지역에 내려가면 ‘왜 당을 깨려고 하느냐’며 화를 내는 분들이 여전히 많은 게 사실이어서 지역 당원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윤한홍(경남 창원마산회원), 장제원(부산 사상) 등 탈당을 주저하는 의원들은 대부분 TK 또는 PK 출신이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수도권은 역대 선거에서 주요 이슈에 따라 흔들렸다”며 “보수 정당으로서 TK와 PK 민심을 잡지 못하고 수도권만을 지지기반으로 두는 것은 모래밭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반기문 데려와야 정통 보수층 흡수” = 보수신당이 반 총장 영입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러한 정통보수층을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보수신당 지지층과 반 총장 지지층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신당은 반(反) 박근혜 정서를 밑바탕에 깔고 있어 기존 TK 중심 보수세력과는 다르지만, 반 총장은 TK와 50~60대 이상, 정통보수 민심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신당 관계자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반 총장을 영입하면 기존 새누리당 지지층 일부를 흡수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보수신당은 이를 위해 지난 주말 대구를 찾아 반 총장을 반드시 영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유 의원은 25일 당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 총장이 귀국하면 100% 신당으로 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반 총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등과 함께 공정 경선 과정을 거쳐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 총장이 귀국하자마자 보수신당 또는 새누리당과 손잡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 중론이다. 반 총장 측은 “비박계는 반 총장 영입이 유리하겠다고 판단하겠지만, 반 총장이 보수신당으로 가서 과연 유리한가도 따져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반 총장이 친박(친박근혜)계는 물론, 비박계의 최근 정치행태에도 크게 실망했다”며 “귀국 후에는 정치권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 후 진로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일단 개헌파 정치인, 충청권 현역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치세력을 이룬 후, 특정 정당이 아닌 제3 지대에서 연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