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추진회의 20여명만 참석
심재철·박순자·장제원 불참
“정강·정책 羅 담당이었는데
劉, 진보적 정책 언론에 흘려”

분당 선언을 목전에 놓고 개혁보수신당(가칭) 내 노선 투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유승민 의원이 있다. 나경원 의원 등 일부 신당 추진 인사들이 유 의원 주도의 ‘좌클릭’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일부는 탈당 행렬에서 보류 내지는 이탈입장을 취하고 관망세를 취했다. 특히 ‘투 톱’이랄 수 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유 의원 사이에 ‘개헌론’이나 ‘외연 확장’ 등을 둘러싸고 언제든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반기문 접촉설’을 놓고서도 김 전 대표와 유 의원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감돌았다는 게 당 안팎의 얘기다.

26일 오전 개혁보수신당 창당추진위원회 회의에는 탈당파 35명 중 20여 명만이 참석했다. 불참자 중 나 의원을 비롯해 심재철·박순자·장제원 의원 등은 유 의원이 정강·정책 작업을 총괄하는 데 대해 불만의 표시로 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박·장 의원은 탈당계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고, 나 의원도 탈당 유보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탈당 행렬에 추가 이탈자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장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원래 정강·정책은 나 의원이 담당하기로 얘기가 됐었다”며 “유 의원이 경제 정책이 진보적으로 간다고 말하는 등 회의에서 결정되지 않은 부분까지 언론에다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복지 수준을 올리기 위해 법인세율 인상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라며 야당의 경제 정책도 대폭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유 의원은 당내 반발을 의식해 “정책에 대해 신당 모든 구성원이 아직 동의한 건 아니고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치겠다”고 밝혔지만 탈당파 의원들의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강·정책뿐 아니라 개헌 문제 등에 대한 신당 추진 그룹 내부의 이견 또한 앞으로 갈등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대표를 비롯한 신당파 다수가 개헌파지만 유 의원은 개헌에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유 의원은 “개헌은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정강·정책에 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유 의원 등이 개헌에 반대하면 외부 세력과의 연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 신당 내부에서 심각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당내에서는 “개헌이 외부세력과의 연대에서 가장 중요한 틀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유 의원의 생각에 공감하지 않는 의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병채·박세희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