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전면 무효” 반대 시위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원들이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된 뒤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역사교과서 앞으로 어떻게

내년 국정화 단독 강행은 희박
검정보다 내용 낫다는 평에도
반대 여론 거세 사장될 가능성
정권 바뀌어도 채택될까 미지수

국·검정 혼용땐 교육현장 혼란
수능 출제서 문제 발생할 수도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장검토본 내용을 보면 반발 여론이 수그러들 것이라는 교육부의 판단과 달리, 국정 역사교과서가 공개된 이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철회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대책들도 시행에 난관이 많아 교육부가 ‘사면초가’에 빠져들고 있다.

교육부는 현장검토본이 공개된 만큼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방안들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출구전략을 본격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9일 “현장검토본이 공개된 만큼 현장 적용 방법들을 본격적으로 검토해 볼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안들이 시행에 쉬운 것은 아니고 상당히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는 결정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라며 “대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여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단 현장검토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국정화 강행이 쉽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국정 교과서 내용 자체는 균형감 있게 다뤄 기존 검정 교과서보다 낫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국민 여론을 감안할 때 ‘발도 못 붙이고 사장’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내년 3월 단일 국정 역사교과서의 일괄 적용에 대한 질문에 “현장에서 혼란 없이 역사 교육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가능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에둘러 답한 것도 이 같은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총리는 그러면서 “지금 여러 가지 혼용이라든지, 시범학교 운영이라든지, 시행시기의 연기 이런 것이 언론에서 나오는 방안들인데, 이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총리가 내부적으로는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했다.

실제 이들 대안이 교육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난관이 많다. 기본적으로 대통령 선거 등 정권 교체 시기라는 점과 물리적인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할 때 박근혜정부 내에서 시행되기가 쉽지 않다.

국·검정 역사교과서를 혼용해 사용하는 방안은 두 교과서의 제작 근간이 되는 교육과정 자체가 다르기에 구성체계도 완전히 달라 채택하기 어렵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내년 3월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행 시기를 2018년으로 늦추는 것은 결국 차기 정부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도록 넘기는 셈인데, 차기 정권이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받아 줄 리가 만무하다. 시범학교에서 우선 적용하는 방안도 해당 학교와 학생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시행이 간단치 않은 문제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결국 국정 역사교과서는 ‘철회’나 ‘폐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의 의지대로 국정 역사교과서가 내년 3월 신학기에 사용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부결되는 것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거나,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경우 최소한의 동력을 찾은 청와대가 예정대로 내년 3월 적용 방침을 밀어붙일 수는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에도 국정 지지율이 10%도 안 되는 청와대가 국민적 저항을 무시하고 역사교과서 정책을 강행할 수 있을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또 하나의 방법으로 여론 동향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현장검토본 공개 이후 국민이 좌 편향 성향의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와 내용을 면밀하게 비교해 보고 나면 여론이 점차 우호적으로 바뀌어 상황이 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인데, ‘최순실 사태’ 등을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역풍이 거셀 것이라는 예견이 충분히 된 상황에서 교육부가 이에 대한 대응책을 좀 더 일찍 고민해야 했다”며 “만일,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내년 3월 강행을 밀어붙인다면 그때는 교육부 조직이 감내할 수 없는 더 큰 역풍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