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진단

“복면집필 방식 옳지 않아”
“학생·교사 선택권 존중을”
“완전자유경쟁 도입도 방법”

교육부가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한 가운데, 역사학계 전문가들은 “국민 동의 없이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이며, 한 달 동안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교육 현장에서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원리에 따라 소비자들이 좋은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지, 무작정 국정 교과서만 밀어붙여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이란 지적이다.

차철욱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교수는 29일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 간의 논의나 국민 동의 없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강행하는 것은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며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과 집필진을 최근에야 공개하는 등 1년 동안 ‘복면 집필’을 한 셈인데, 이런 방식으로 교과서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오영교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이념 논란 등을 떠나 교과서이기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쓸 만한 내용을 잘 가공하고 압축시켰는지 등의 논의도 필요하다”며 “관련 학계 및 현장 교사들에게 인선과 제작 절차, 집필 기준 등이 미리 공개돼 한 번 더 점검할 기회가 있어야 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절차상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시장 원리에 따라 학생과 교사가 좋은 품질의 교과서를 직접 고를 수 있어야 한다”며 ‘소비자 선택권’을 강조했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역사교과서 내용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국정화 강행 자체가 학생과 교사에게서 좋은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뺏는 일”이라며 “예전부터 역사학자들 대다수는 검·인정 교과서의 혼용을 주장했는데 정부가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고집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염인호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역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데 하나의 관점만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양한 역사교과서들이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계속 품질을 높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과서의 완전자유경쟁체제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임학성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교수는 “검정 체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출판사들이 교과서를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게 하고, 오류가 많은 교과서는 선택받지 못해 도태되는 완전자유경쟁체제로 나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효목·윤명진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