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통하는 동남아 출신 선호
한달동안 4~5명 갈아치우고
청소 위한 안방 출입 못하게 해
운전기사도 길어야 3개월 버텨

외출땐 모자·스카프로 얼굴가려

박근혜정부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60) 씨 관련 특혜 의혹이 최 씨의 가족들로 확대되는 가운데, 최 씨의 언니 순득(64) 씨가 철저히 행적을 감추려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를 수시로 교체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순득 씨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때 일부러 한국어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외국인을 선호하고, 외출할 때는 모자와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는 등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딸인 장시호(37) 씨의 빌라가 있던 제주도에 갈 때는 집안 CCTV로 가사도우미를 감시할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득 씨 아파트에서 일하는 A 씨는 3일 “지난 한 달 새 최 씨 집에 가사 도우미만 4∼5명이 바뀔 정도로 수시로 못 보던 얼굴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최순득 씨 집에 있는 필리핀계 가사도우미 여성이 열흘 넘게 일하고 있는데, 가장 오래 버티고 있는 축”이라며 “일부는 ‘예’ ‘아니오’ 말고는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로 한국말을 못해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때 종종 곤혹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순득 씨가 과도하게 보안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가사도우미들은 주변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A 씨는 “약 한 달 전에 교체된 가정부는 ‘안방을 청소하려는데 순득 씨가 절대 들어가지도 못하게 한다’고 푸념한 적이 있다”고 밝혔고,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 씨는 “예전에 일하던 가정부들이 ‘집에 CCTV가 많은데, 특히 제주도에 갈 때 CCTV를 모두 작동시켜 놓고 가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아파트 직원 C 씨는 “대부분 그 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정도”라고 했다. 순득 씨 집의 옷을 15년간 세탁해 왔다는 인근 세탁소 주인 D 씨는 “(순득 씨가) 성격이 급해 가정부가 마음에 안 들면 욕을 심하게 하고, 바로 갈아치우더라”며 “쉽게 말해 돈 있지, 권력 있지 그러니까 가정부가 거슬리면 바로바로 잘랐다”고 귀띔했다. 그는 “순득 씨는 욕을 할 때는 아주 심하게 했다. 남편한테도 그러더라”고 전했다.

순득 씨가 집을 드나들 때는 외부에 신원을 노출하지 않으려 철저히 얼굴을 가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A 씨는 “평소 모자와 스카프를 두르고 다니며, 직접 걸어서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이 문을 나서자마자 바로 기사를 대동해 차를 끌고 나간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 주민 E 씨는 “기사들도 길어야 석 달 안에는 모두 바뀔 정도로 수시로 교체된다”고 증언했다. 또 “제가 인근 병원을 잘 안다는 소문을 듣고 좋은 병원이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며 “순득 씨는 다리가 불편한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김기윤·송유근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