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명훈(왼쪽) 풍원정밀 대표와 LG디스플레이 연구원이 두 회사가 상생 협력을 통해 생산에 성공한 금속박을 들고 환히 웃고 있다. LG그룹 제공

- ③ 성과 공유·자금지원

997곳과 공정거래 협약 체결
150곳에 사내 기술인력 파견
계열사 6곳 ‘동반성장 최우수’

SK, 올 6177억원 低利 대출
신세계, 누적 지원금 3000억

SK텔레콤의 협력회사인 크레모텍은 올해 대박을 쳤다. 그동안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왔고 올해 본격적으로 주제품인 초소형 빔 프로젝트를 수출하기 시작했는데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3만5000여 대가 팔려 나갔다. 그 덕분에 14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빔 프로젝트란 빛을 이용해 슬라이드나 동영상 이미지 등을 스크린에 비추는 장치를 말한다. SK텔레콤은 일찌감치 크레모텍의 잠재성을 눈여겨봤다. 지원도 많이 했다. 레이저 광원 마이크로 프로젝터 광학 엔진 특허를 포함, 총 9건의 핵심 특허를 무상 제공했고 지분도 25% 사줬다. 물론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됐다. SK텔레콤의 후원이 없었다면 크레모텍은 현재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의 동반성장 활동 중에서 성과공유와 자금지원은 협력회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기업 중 한 곳이 LG그룹이다. 지난 6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은 6개 계열사가 최고 등급인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에도 대기업 중 가장 많은 5개 계열사가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LG그룹이 동반성장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계량화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지 크게보기 최태원(앞줄 왼쪽 세 번째) SK그룹 회장이 서울 광진구 쉐라톤워커힐 호텔 아카디아에서 협력회사 대표들과 동반성장을 다짐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평소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은 LG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실질적인 결실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이러한 회장의 경영 방침이 회사 경영에 단단히 뿌리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그룹은 성과공유와 금전지원 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9개 회사는 지난 3월 997개 협력회사와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했다. 150개 협력회사에 대해 사내 기술인력 200여명을 파견해 신기술 개발, 불량률 감소 등을 지원키로 한 것. LG그룹은 협력회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 지원을 해 왔다. 실제로 2012년 기술지원 건수가 520건에서 2015년에 2031건으로 약 4배로 늘었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500억 원에 달한다.

또 LG그룹 계열사들은 협력회사가 자금 부담 없이 신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상생협력펀드, 직접자금지원 등 총 7382억 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고 현재 이를 실행 중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올해 6495억 원까지 늘어난 상생협력펀드를 통해 1·2·3차 협력회사들은 시중은행보다 낮은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직접 대출, 금형비 지원 등 직접자금지원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그룹도 협력회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 한 해 지난해 대비 300억 원 증가한 총 6177억 원의 자금을 저리로 대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차 협력회사들의 하도급 대금의 원활한 회수를 위해 신용보증기금에 출연, 보험금을 마련하고 이를 담보로 1차 협력회사가 시중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는 동반성장 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신세계 이마트도 동반성장펀드를 운용 중이다. 2011년부터 운용해 왔는데 현재까지 누적 지원금액이 3000억 원 이상이다. 이마트는 동반성장펀드 외에도 네트워크론, 미래채권담보대출, 상생플러스론 등 다양한 금융·자금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경묵 덕성여대 교수는 “대·중소기업 간 성과 공유와 금융 지원은 돈을 퍼주는 게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사업 파트너를 골라야 한다”며 “숫자와 성과에 집착한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진짜 기업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회경·박준우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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