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연설문 작성 과정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 44개를 실제 연설하기 전 미리 전달받은 정황이 25일 드러나면서 대통령 연설문 작성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공개회의 연설문은 경제·교육·문화 등 담당 수석실에서 관련 초안을 올리면 이를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취합해 최종본을 작성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연설문이 대략 완성되면 참모들이 모여 내용을 점검하는 독회를 한다. 박 대통령이 직접 독회를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통령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들과 모임을 주재하는 방식을 택하는 편이다.

박 대통령 연설문의 경우 작성 과정과 관련해 이전부터 청와대 안팎의 말이 엇갈렸다. 청와대 측은 박 대통령이 연설문 초안에 수정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올라온 최종본을 연설 수십 분 전까지도 직접 고치면서 문구를 첨삭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종종 문법에 맞지 않는 비문(非文)이 많아서 연설 전문가가 작성한 내용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이 구어체를 사용하다 보니 주어와 술어가 잘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이해됐다.

대통령 연설문 작성은 노태우·김영삼 대통령 때는 공보수석실이 주관했다. 김대중정부 때부터 공보수석 밑에 연설비서관 자리가 신설됐다. 과거 공보수석실 비서관들이 나눠서 하던 연설문 작성 업무도 연설비서관이 전담했다. 노무현정부 때는 공보수석이 홍보수석으로 바뀌었고, 연설비서관실은 비서실장 직속으로 독립했다. 이명박정부 때부터 연설비서관이 국정 기록 업무도 맡아 연설기록비서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