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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하는데 시간 필요” 충격속 대책마련 분주

청와대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이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에게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마치 거대한 포탄을 맞은 이후처럼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의혹이 처음 제기된 24일에 이어 이날도 언론의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으며 물밑에서 대책 마련에 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는 이원종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다. 사실상 수석급 대책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회의에선 단 한 명도 전날 의혹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시간도 이전보다 30분 이상 단축됐다고 한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모든 경위를 파악하는 중이다. 다양한 경로로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조만간 어떠한 형태로든 해명하는 자리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 대변인은 이번 의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언급 여부에 대한 질문에도 “좀 파악해보고 알려드릴 게 있으면 알려드리겠다”고만 밝혔다. 연설문 사전 유출이 맞다면 국기 문란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로로 파악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반복하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아서 수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다시 정면돌파를 선택할 게 아니라 정도(正道)를 걸어가야 한다”고 반응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일단 진상 조사 결과를 봐야 하지만 의혹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관련자를 확실히 문책하고 대통령의 사과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청와대는 심야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일단 연설문 유출 경위부터 파악하자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고 대응했다가 우리의 주장을 뒤집는 새 의혹이 제기된다면 그야말로 청와대는 ‘그로기’ 상태가 된다”면서 신중한 대응 배경을 밝혔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