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반격 다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7일 플로리다주 멜버른 유세를 위해 공항에 도착, 전용기에서 내리며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토론에서는 더 강하게 공격할 것”이라며 반격 의지를 다졌다. AP연합뉴스

FT, 세계경영구상 부족 지적
“‘Be afraid’란 엄포만 반복”

‘트럼프 리스크 완화’ 안도감에
나스닥 등 각국 경제지표 안정

달 착륙 이래 최대 이벤트로 꼽혔던 26일 미국 대선 1차 TV 토론 시청자가 8000만 명을 넘으며 36년 만에 신기록을 세웠다. 이번 토론에서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승리하며 세계 경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클린턴 전 장관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한 채 세계를 향해 경고성 발언만 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7일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 닐슨의 집계에 따르면 전날 미국 전역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후보 TV 토론 시청자는 8140만 명으로 1980년 민주당 지미 카터 대통령과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의 1차 토론 시청자 806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1차 토론 당시 6700만 명보다는 무려 1440만 명 증가했다. 다만 당초 주요 언론들이 예상했던 1억 명을 넘지는 못했다.

토론은 CNN, ABC, NBC, 폭스, CBS, MSNBC 등 6개 TV 채널과 함께 유튜브와 트위터로 생중계됐는데 유튜브와 트위터로 시청한 이들까지 합산하면 전체 시청자 규모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번 대선은 ‘트럼프 현상’과 함께 다른 국가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는데 유튜브 등을 통한 전 세계 시청자는 역대 어떤 이벤트보다 많을 것으로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이날 토론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트럼프에게 판정승을 거두며 ‘트럼프 리스크’가 완화됐다는 안도감이 확산, 세계 각국 경제 지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27일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지수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뉴욕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클린턴 전 장관 당선이 시장 불확실성을 훨씬 줄이게 될 것이라며 전일 토론에서 그녀가 우세했던 것이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멕시코 페소화 환율은 TV 토론이 끝난 뒤 급락세를 탔다. 페소화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페소화 가치가 올랐다는 의미로 그간 페소화 가치는 멕시코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트럼프의 지지율이 상승할 때마다 떨어졌다.

한편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을 통해 클린턴 전 장관이 승리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클린턴 전 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어떤 구상으로 세계를 이끌지 얘기하지 않고 오직 “조심하라(Be afraid)”는 말만 반복했다며 세계인들이 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 전문가도 TV 토론 성적을 매기며 트럼프에게 F를 주는 한편, 클린턴 전 장관에게 B를 줘 아쉬움을 표현했다. 전미토론대회에서 세 차례 ‘올해의 코치’로 선정된 토드 그레이엄 서던일리노이대 토론코치는 클린턴 전 장관이 논리적이었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다며 B를 줬고, 트럼프에 대해서는 “어디서부터 평가해야 하느냐”며 F를 줬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