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원산지 표시 기동단속팀원들이 7일 창원의 한 식육점 냉동고에서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독일산 대패삼겹살을 적발하고 있다.

- 농산물품질관리원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현장 동행

독일산 삼겹살 얇게 썰어 국산 대패삼겹살로 위장도
중국산 활재첩 삶아 소포장… 섬진강산으로 4억어치 팔아
국내산 새우젓값 폭등하자 베트남산‘통갈이’로 유통
농·수·축산 가리지않고 기승 작년 배추김치 1260건‘최고’

추석 명절을 앞두고 농·축·수산 식품의 원산지 둔갑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원산지를 속이면 2∼3배의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대갈이’ ‘통갈이’ ‘국내산과 섞어 팔기’ 등, 그 수법도 다채롭다. 소·돼지고기 등 육류는 물론, 배추·마늘·소금 등 그 품목도 다양하다.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7일 창원 시내 한 음식점. 점심 장사 준비가 한창인 업소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경남지원 기동단속팀이 들이닥치자, 업주와 종업원들이 순간 당황했다. 이 음식점에서는 주재료인 돼지고기만 ‘제주산’으로 표시하고 있고, 쌀과 김치 등의 원산지 표시는 아예 하지도 않고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특별가동된 단속팀은 이미 인터넷 블로그 등에 올라온 사진을 토대로 단속 업소를 골라놓은 상태였다. 즉 사전 물증이 있다는 의미다. 결국, 김치는 중국산으로 판명났다. 단속팀은 원산지 미표시로 이 업소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원산지 표시판을 제공했다. 단속팀원은 “허위 표시를 하면 형사처분되지만, 미표시는 과태료만 부과된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전통시장. 한 단속팀원 눈에 독일산 ‘대패삼겹살’을 국내산으로 속여 팔고 있는 식당이 들어왔다. 단속이 시작되자, 업주는 “시장에 있는 식육점에서 국내산으로 알고 샀다. 내가 속은 것”이라며 오히려 화를 냈다. 단속팀은 신속히 업주와 식육점을 찾았다. 식육점 냉동고에서는 대패삼겹살로 가공이 가능한 독일산 삼겹살 1박스(20㎏)와 원산지 표시가 없는 1㎏들이 대패삼겹살 봉지 4개가 발견됐다. 물증이 나오자 식육점 주인이 결국 손을 들었다. “수입임을 말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단속팀은 이 식육점 업주를 형사입건했다.

사실 원산지 둔갑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농관원은 지난 6월 전국 도매시장을 대상으로 심야 단속을 벌여 마늘 원산지를 허위표시한 40곳을 적발하고 마늘 19.2t을 회수했다. 또 부산 한 식육도매업소는 미국산 냉장 삼겹살 등 수입육 20t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해 판매하려다 업주가 구속됐다.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위반도 심각하다. 경남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는 지난 6월 7일 중국산 재첩을 섬진강 재첩으로 가공해 판매한 A(63) 씨와 식당업주 B(56) 씨 등 23명을 원산지표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무등록 식품 제조공장을 차려놓고 중국산 활(活)재첩 45t을 들여와 조미료 등을 넣고 삶아 500g씩 소포장한 뒤 국내산으로 식당 등에 4억 원어치 상당을 판매했다. B 씨 등 식당업주 16명은 중국산 재첩과 참게 18t을 사 원산지를 ‘섬진강’으로 거짓 표시한 뒤 1억9000만 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로 입건됐다. A 씨는 민물에서 생산된 중국산 재첩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 지역에서 생산된 섬진강 재첩과 맛이 달라 소금과 조미료를 넣고 가공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내산 새우젓 값이 폭등하자 베트남산을 ‘통갈이’ 수법으로 국내산으로 유통한 업자 C(63) 씨도 5월 구속됐다. 식품업체 대표인 C 씨는 지난해 베트남 새우젓 585t을 수입해 이 중 157t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한 뒤 판매해 7억8000만 원을 챙겼다. C 씨는 “최근 이상기후로 새우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해 국내산 새우젓 가격이 3∼5배 폭등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농·축산물의 원산지 위반 단속은 농관원이, 수산물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수관원)이 맡아 하고 있다. 농관원의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 건수는 2013년 4443건, 2014년 4290건, 지난해 4331건 등을 기록했다. 수관원도 2013년 726건, 2014년 626건, 지난해 769건을 적발했다. 주요 농·축산물 원산지 위반 품목은 지난해의 경우 배추김치가 1260건으로 가장 많고 돼지고기(1077건), 소고기(681건), 쌀(381건), 닭고기(171건) 순이었다.

최태호 기동단속 팀장은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과 축산물 등의 원산지 위반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농·축산물을 살 때는 원산지를 확인하고 표시된 원산지가 의심스러우면 전화(1588-8112)나 인터넷(www.nags.go.kr)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창원=글·사진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