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침통한 丁 의장 2일 오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의장실을 나와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을 감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총선 민의에 ‘협치’ 약속했지만
개원 2개월여만에 파행 이어가

丁 의장 개회사 빌미 일정 중단
여·야 원내대표들 접점 못찾아

헌정史 첫 추경 처리 무산 우려

20대 국회가 개원 2개월여 만에 국회 파행사(史)를 새로 쓰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12년 만의 제3 교섭단체(국민의당) 출현이라는 4·13 국회의원 총선거 민의를 받들겠다며 한목소리로 협치(協治)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최악의 정쟁만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론 국회 상황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여야 당직자들조차 “이런 국회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실에서 2일 오전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잇달아 만나 전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 정부를 비판한 개회사로 파행을 빚고 있는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국회의장 사퇴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하고, 정 의장이 사회봉을 부의장에게 넘기지 않는다면 국회 의사 일정에 응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의 개회사가 즉흥적으로 하는 연설도 아니고 수차례 독회를 거친 게 뻔한 데 이렇게 ‘준비된 테러’를 했다는 것은 국회와 국민을 다 무시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을 채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동열 의원은 의총에서 “균(菌)은 동식물에 기생해 부패·발효를 일으키는 단세포”라며 “중립적 입장에서 좋은 발효균이 되라고 정세균 의장을 뽑았는데 (이제 보니) 악성균, 테러균, 추경파괴균, 민생파괴균이고 이 사회의 암 같은 바이러스균”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이에 따라 추가경정예산안과 김재형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 전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던 20여 건의 안건도 미제 상태로 남았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추경안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여야는 20대 국회 개원 때부터 충돌을 이어가면서 국회 파행사를 새로 쓰고 있다. 정기국회 개회식이 파행을 겪기는 이번이 처음이고, 여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한 것도 초유의 사태다. 여소야대 정국에 놓인 새누리당은 앞서 조윤선(문화체육관광부)·김재수(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잇따라 보이콧했다. 급기야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당들이 여당을 향해 ‘국회 보이콧 해제’를 촉구하는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학과 교수는 “여야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밀리면 안 된다’는 옹졸한 생각으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며 “여야 모두 이기고 지는 게임이라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남석·박세희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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