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침통한 丁 의장 2일 오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의장실을 나와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을 감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정기국회 이틀째 파행

새누리,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이정현 “丁 개회사는 정치테러”

새누리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과정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판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에 반발하면서 정기국회가 이틀째 전면 파행을 빚고 있다. 여소야대 3당 체제 구축으로 20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 ‘협치’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각종 불명예 신기록을 써내려 가며 ‘싹수 노란’ 최악의 국회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은 2일 정 의장의 사과와 본회의 사회권 이양을 요구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등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곧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면담하게 된다”며 “시 주석이 ‘당신네 나라 서열 2위인 국회의장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데 왜 강행하려 하나’라고 물으면 박 대통령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정 의장의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정 의장과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에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사태 해결을 모색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정 의장은 “1일 추경 처리가 무산된 것은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말했지만, 개회사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본회의 사회권 이양은 거부했다. 양측의 갈등이 계속되면 다음 주로 예정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 청문회) 등도 파행이 불가피하다.

국회의장 개회사에 대한 반발로 여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집권 여당이 추경 예산안과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거부하고 야당은 본회의를 열자고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의 개회사에 대해 “민생을 볼모로 국회를 인질로 잡고 예상된 피해를 감안한 정치테러”라고 비난했다.

정 의장은 전날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 의장의 발언에 반발해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김병채·박세희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