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공포정치 계속에 불만 누적
군부 쿠데타 촉매 역할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면서 “최근 북한 엘리트층조차 무너지고 있고, 북한의 주요 인사들까지 탈북과 외국으로의 망명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북한 내부의 체제변동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통상 엘리트층의 분열은 일국 체제변동의 마지막 단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체제변동 요인으로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과 이에 따른 엘리트 간 분열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가와 권력을 개인의 소유물로 여기고 개인 우상화에 집착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압박과 경제난이 가속될 경우 정권 내부의 구조적인 불안정성이 커지게 되고 결국은 엘리트들 간의 권력갈등을 키워 정권 붕괴를 촉발하는 데 이른다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엘리트 집단의 의사를 무시하면서 공포정치를 계속할 경우 엘리트 불만이 쌓이면서 체제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박의경 전남대 정외과 교수는 “체제 변동의 마지막 단계가 엘리트층의 분열이라는 것은 정치학의 ABC”라면서 “이렇게 볼 때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의 한국 망명 같은 것은 북한 사회의 붕괴를 예고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학자들은 한 사회의 붕괴를 가져다주는 내생적 요인으로 엘리트층 분열과 대중투쟁을 든다. 이 중 엘리트 분열은 체제 변화 초기보다는 붕괴현상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심화한다고 보고 있다. 북한처럼 고립된 국가에서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둘러싸고 엘리트의 분열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트층 분열은 특히 최고 지도자(김정은) 유고, 군부쿠데타, 궁정쿠데타, 대중 소요 등 와중에서 체제 변화의 촉매제로 역할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집권 후 대내적으로는 장성택, 현영철, 리영호, 리영길 등 100여 명의 측근이 제거되거나 숙청됐고 대외적으로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유엔 등 국제사회의 유례 없는 대북 제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 지배 엘리트의 갈등과 분열이 얼마나, 어떤 강도로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