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TO 탈퇴 할 수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4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군 통수권자를 맡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몰아세웠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도 “세계무역기구(WTO)는 재앙”이라면서 WTO 가입 철회까지 시사,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더욱 확대하고 나섰다. 트럼프 지지율도 지난주 ‘컨벤션(전당대회) 효과’로 소폭 상승하면서 이날 발표된 그레비스와 LA 타임스 여론조사에서는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각각 2%, 3%포인트 앞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CBS 방송에 출연, 트럼프의 지난 21일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 내용을 언급하면서 “미국을 독보적으로 만드는 핵심가치를 배반하는 것이자, 외교정책에 대한 준비 부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공격받는다 해도 방어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을 거론하면서 “나토는 민주·공화당이 함께 만든 것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외정책의 근간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가 “‘우리가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동맹을 위한 핵심 원칙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유럽 동맹국들에 대해 국방비 지출을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러시아가 더욱 공세적으로 나온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역협정들은 재앙이며, 알다시피 WTO도 재앙으로 재협상을 하거나 탈퇴할 것”이라면서 보호무역 기조로 한발 더 나아갔다. 트럼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과 같은 무역협정 재검토는 수차례 반복했지만, 1990년대 이후 세계화를 주도해온 다자무역기구인 WTO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지난 21일에도 WTO에 대해서는 “(클린턴 전 장관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는 것도 지지했다”고만 밝혔었다.

오히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복형인 말리크가 “트럼프에 투표하겠다”고 밝힌 것을 환영하면서 “아마도 다른 사람들처럼 대통령에게 푸대접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비꼬았다. 앞서 케냐에 거주하고 있는 말리크는 이날 뉴욕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크게 실망한 반면 트럼프는 가슴으로부터 연설을 하고 있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대단한 슬로건”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클리블랜드=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