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고온 다습하고 햇볕이 강한 여름에 물놀이 등 휴가를 즐길 때는 스트레칭 등 건강 수칙을 준수하고, 응급상황에 대비한 대처요령을 미리 숙지해 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료사진

여름휴가 시즌… 건강 지키기 ‘안전 TIP’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찾아오면 많은 사람이 산과 들, 바다를 찾는다. 물놀이를 비롯해 산행, 산책, 여름 스포츠 등 다양한 방법으로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다. 그러나 고온 다습하고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각종 질병이나 부상 위험이 높은 시기다. 자칫 건강관리에 소홀하다가는 큰 부상이나 질병으로 휴가 내내 고생할 수 있다. 과도한 휴가를 즐기다가 휴가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건강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미리 안전사항을 점검하는 것이 필수다.

◇휴가철 어린이 3대 질환 주의 = 물놀이가 많은 휴가철에는 급성 외이도염, 유행성 각결막염, 수족구병 등이 잦다. 대부분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이 많이 감염된다. ‘외이도’는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약 2.5㎝ 정도의 통로로, 외이도염은 여기에 세균이나 곰팡이 등이 감염돼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정용수 메디힐병원 이비인후과 과장은 “수영이나 목욕 후 물에 젖은 외이도의 피부를 면봉으로 자극하면 미세한 상처가 생기기 쉽다”며 “아이가 물놀이 후 귓속 물기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한다면 면봉이나 귀이개 대신 헤어드라이어나 선풍기 바람을 약하게 쏘여 자연스럽게 건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습도가 높은 환경이나 수영장, 해수욕장 등 수인성 감염 위험이 높은 공공장소에서는 ‘유행성 각결막염’도 주의해야 한다. 유행성 각결막염에 걸리면 눈이 충혈되고 눈물이나 눈곱이 많이 분비되며 껄끄러운 이물감, 눈부심 등을 호소하게 된다. 감염된 한쪽 눈에서 다른 쪽 눈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절대 손으로 눈을 비벼서는 안 된다.

입 안의 물집과 궤양, 손과 발 등에 물집이 나타나는 수족구병도 여름철 단골 전염성 질환이다. 수족구병은 콧물, 침, 그리고 물집에서 나온 진물에 의해 감염될 수 있으며 감염된 사람의 대변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외출 후에는 반드시 양치하고 비누나 손 소독제를 사용해 손을 자주 씻어 주고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여름 스포츠엔 스트레칭 필수 = 여름철에 많이 하는 실내 스포츠는 시공간이 한정적이며, 야외 활동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칭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스크린 골프의 경우 근육이 경직된 상태로 스윙 자세를 취하면 근육과 척추가 바로 적응을 하지 못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기 쉽다. 플레이 전후 10∼15분 정도 천천히 스트레칭하면서 뭉친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이상협 인천 힘찬병원 주임과장은 “실내 골프장은 지형적인 위험 요소가 없어 부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해 빠른 백스윙과 오버 백스윙 등 과감한 플레이를 하다가 ‘골프 엘보’가 오는 경우가 있다”며 “백스윙은 천천히 하고, 톱스윙은 간결하게 하는 것이 좋으며, 백스윙이나 다운스윙을 할 때 목 부위 염좌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나나보트·땅콩보트·플라이보트 등 여름 수상 스포츠 활동 시에도 주의해야 한다. 빠른 속도를 내다 갑자기 방향 전환을 하는데, 이때 디스크와 인대에 충격이 가해져 ‘편타성 손상’(무방비 상태에서 충격으로 척추부가 앞뒤로 강하게 움직이면서 나타나는 경추부 손상)이 올 수 있다. 레포츠 활동 직후에 증상이 나타난다면 혈액순환을 돕는 더운 찜질이 효과적이다. 수상스키나 웨이크 보드는 중심을 잡기 위해 온몸에 힘이 들어가는데, 이때 어깨 회전근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파열이 일어나는 ‘회전근개파열’이 올 수도 있다.

◇휴가철 돌발상황에선 응급처치=조영덕 고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피서지에서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평소 병원으로 이동하기 전에 할 수 있는 응급처치법을 숙지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해수욕장에서 갑자기 따가운 느낌과 함께 발진, 통증,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해파리에 쏘였을 가능성이 크다. 바로 물 밖으로 나와 쏘인 부위를 바닷물로 10분 정도 헹군 뒤 미지근한 물에 담그면 통증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무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음식물을 섭취한 뒤 두통, 복통,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식중독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이온음료 등으로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자의적인 판단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오랜 기간 지내다가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이 나타나면 일사병이다. 일사병은 햇볕을 피해 휴식을 취하면 자연적으로 회복될 수 있으므로 주변에 일사병으로 쓰러진 사람이 있다면 우선 그늘진 곳으로 옮기고 옷의 단추를 풀어 열을 식혀준다. 물이나 전해질 음료로 수분을 보충해 주는 것도 좋은 응급처치법이다.

벌에 쏘일 경우 대부분 얼음찜질을 하면 가라앉으며, 벌침이 눈으로 보일 때는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살살 긁어서 제거하는 것이 좋다.

◇휴가 복귀 후유증도 미리 조심=휴가를 잘 다녀온 후 수면장애나 소화불량, 구순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흔히 ‘휴가 후유증’이라 불리는 이런 증상들은 대개 생체리듬이 교란돼 생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취침이나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 먼저다. 피서 후 적어도 3∼4일간은 자명종의 힘을 빌려서라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신체 리듬이 빨리 회복된다. 휴가기간에 최소한 2일 이상은 미리 집으로 돌아와서 휴가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

또 휴가를 다녀온 뒤 기미나 주근깨 같은 피부병이 생기거나 이미 있던 기미나 주근깨가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탈색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땀을 많이 흘려 수분이 부족해진 피부를 위해 하루 7∼8잔의 물을 꾸준히 마셔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주는 것은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무엇보다 휴가기간을 무리하게 잡기보다 재충전의 기간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서는 휴대전화를 멀리하는 것도 추천된다. 대부분 사람들이 휴가지에서도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휴대전화로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을 하면서 자연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다. 산이나 계곡에는 식물이 병원균·해충·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거나 분비하는 피톤치드가 있어 우리에게 심리적인 안정감 이외에도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켜준다. 휴대전화 대신 산이나 계곡을 둘러보며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바람 소리, 계곡의 물소리, 나무가 숨쉬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것을 권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