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자문기구 추진하지만
내용 재탕·입법기한도 없어
또다시 흐지부지될 가능성

“9월 정기국회前 처리를”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를 설치하기로 해 관련 내용의 입법화 여부가 주목된다. 하지만 정치권이 이번에도 구체적인 내용과 입법 시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과거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외부 전문가들로 국회개혁을 위한 독립기구를 구성하되 활동 기간을 명시하고, 이 기구에서 결정된 개혁안을 곧바로 입법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정 의장은 1일 자문기구 구성 방안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하지만 자문기구 활동 기한과 운영 방식, 구체적인 특권 내려놓기 법안 통과 시점 등에 대해서는 못박지 않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당 회의에서 각각 “특권 내려놓기 문제에 대한 실효적인 방안을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권 내려놓기 법제화에 더민주가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법제화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결국 특권 내려놓기의 법제화와 제도화가 무산됐던 19대 국회의 모습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현재 여야에서 얘기하고 있는 국회 개혁 방안은 지난 19대 국회 당시 의장 직속 자문기구에서 이미 다 얘기됐던 것”이라며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9월 정기국회 전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시점을 국민과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금은 각 당에서 내놓은 안의 최소공배수 또는 최대공약수를 추려서 제도화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지금 시기가 지나가면 다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30일 비공개 만찬 회동을 열고 의장 직속 자문기구를 구성키로 했다. 이들은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지 72시간 동안 표결을 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되는 국회법 규정을 없애자는 데 합의하는 등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사실상 포기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국회의원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와 관련, 국회 윤리 법규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학계 및 관련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국회의원 실천 규범 등의 개정안을 국회의장 의견 제시 형태로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안할 예정이다.

김병채·박세희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