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영남권 신공항의 최종 입지선정 및 발표에 따른 국론분열 위기관리 능력의 시험대에 서게 됐다. 신공항 발표로 집권 여당의 강세 지역이자 표밭인 영남이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또는 부산과 비(非)부산으로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영남의 분열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이어져 정권 재창출의 최대 악재가 되는 경우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후유증 해결이 임기를 1년 8개월여 남겨놓은 박근혜정부의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21일 오전 청와대는 영남권 신공항 발표를 앞두고 폭풍전야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결과 발표 이후 지역과 국론의 분열이 예상되지만 묘수가 없는 상태로 일단 정면 돌파한다는 게 청와대의 방침”이라며 “투명한 정보 공개와 여론 설득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론 분열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과거와 같이 탈락 지역에 경제적 지원책을 제공하는 것은 과거에나 기대했던 저급한 대안”이라면서 커다란 배려 조치는 원칙적으로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메가톤급 후폭풍을 우려, 신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개입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남권 신공항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평가 작업과 결과 발표 일체를 국토교통부에 일임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까지 기자들의 질문에 “신공항에 관해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국론 분열의 문제로까지 커진 이유가 일부 광역단체장들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이었던 서병수 부산시장은 최근 “박 대통령을 믿는다”면서 부산 가덕도가 탈락할 경우 박 대통령에게 비난 여론이 쏠리는 구도를 만들기도 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신공항 입지와 연관돼 있는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들을 이날 결과 발표장에 초대해 단체장들이 화합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