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계열사 등 2차 15곳

1차 압수수색뒤 자료 정밀분석
비자금 정황 포착 계열사 집중

주식거래·인수합병·中투자 때
계열사별 ‘맞춤형 비자금’조성
거래 내역 등 상당수 파악한 듯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4일 계열사 10여 곳을 포함한 15곳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비자금 조성 경로를 파악하던 중 일부 비어있는 ‘퍼즐 조각’을 끼워 넣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계열사 간 자산 거래 및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횡령, 배임 혐의를 파헤치는 데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검찰은 롯데가 93개에 달하는 계열사별로 ‘맞춤형’ 비자금 조성에 나선 것으로 보고, 롯데쇼핑의 중국 투자·계열사와 신격호 총괄회장 등 오너 일가의 주식 거래·롯데자산개발을 통한 부동산 거래 등 다양한 비자금 조성 경로를 일일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2차 압수수색에는 지난 10일 압수수색에서 제외된 주요 계열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압수수색 대상 계열사들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계열사 간 자산 거래·부동산 거래 중 횡령·배임 정황이 포착됐거나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과정에 적극 개입이 의심되는 계열사로 분류된다.

롯데케미칼은 해외에서 원료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중간에 계열사를 끼워 넣어 거래 가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자금을 빼돌린 의혹이 제기됐다. 롯데그룹이 다른 석유화학업체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의 비자금 조성이나 배임·횡령 의혹에도 롯데케미칼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압수수색에도 포함됐던 롯데정보통신과 호텔롯데가 다시 포함된 것은 그간 두 회사에 대해 제기된 의혹의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호텔롯데의 경우 내부 사업부 중 롯데제주리조트와 부여리조트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는데 이는 2013년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헐값에 매입해 횡령·배임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내부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에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롯데가 그룹 정책본부 주도하에 계열사별로 갖가지 방식으로 비자금 조성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축인 롯데쇼핑은 내부 계열사 간 주식 거래, M&A, 중국 투자 등에서 비자금 조성에 상당수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자산개발 역시 오너 일가의 부동산 투자나 그룹 차원의 대형 부동산 투자를 주도하며 비자금 조성의 한 축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이 주요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을 두고는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에 대한 수사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제2롯데월드의 건설은 롯데물산이 책임지긴 하지만 롯데건설이 주 시행사인 만큼 인허가 과정이나 제2롯데월드 건설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허가 로비 관련 정황이 구체화될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구 사이인 장경작 전 호텔롯데 대표를 고리로 한 전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