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인
‘Lotte’ 이름으로 다수 존재
롯데측 “확인 중” 답변 피해

세계적인 조세회피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최근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과 연관이 의심되는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역외기업 명단 자료에 따르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Lotte Group ltd(롯데그룹)’, ‘Lotte Farm Group ltd(롯데팜그룹)’이란 역외법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버진아일랜드는 스위스, 케이맨제도와 함께 세계적인 조세회피처로 유명하다.

이들 기업은 롯데쇼핑에서 100% 출자한 ‘롯데쇼핑 홀딩스’란 법인이 있는 홍콩에 주소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들 회사가 롯데쇼핑홀딩스와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자료에는 이들 두 회사 외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연결된 ‘Lotte Impex Inc’라는 관할 미상의 회사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는 그동안 페이퍼 컴퍼니를 자주 활용해 왔다. 롯데는 지난 2010년 중국 홈쇼핑 업계 3위 기업인 럭키파이를 인수할 당시 롯데쇼핑 등 유통 계열사들이 출자하는 형태로 케이맨제도에 법인 LHSC를 설립해 럭키파이의 지분 63.2%를 약 1500억 원에 사들였다. 홍콩의 롯데쇼핑홀딩스는 LHSC의 지분을 51.09%나 소유한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럭키파이를 실제 가치보다 고가에 매입해 차액을 신격호 총괄회장 등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조세회피처 케이맨제도에 법인을 세워 인수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탈세 등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2010년 5월 신 총괄회장의 스위스 법인 ‘로베스트아게’로부터 롯데물산 주식 64만여 주를 취득하면서 주당 가격을 2배 이상 비싸게 쳐줬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롯데쇼핑은 당시 주식 취득 대가로 로베스트아게에 250억 원을 지급했지만, 이는 당시 롯데물산 주식 가치에 비해 140억 원가량 웃돈을 얹어준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롯데그룹과 롯데팜그룹이 롯데의 페이퍼 컴퍼니가 맞다면, LHSC와 로베스트아게 외에 롯데그룹에서 세운 것으로 의심되는 페이퍼 컴퍼니가 최소 두 곳 더 존재하는 셈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확인 중”이라고만 답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