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뒤 “해소” 약속
416개 중 349개 끊었지만
호텔롯데 상장 연기로 멈춰

검찰의 전방위적인 비자금 수사로 ‘거미줄·반도체 회로’로 불릴 정도로 복잡한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해소 역시 제동이 걸렸다.

롯데그룹 비상장사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상장이 무기 연기되면서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와 이를 통한 신동빈 회장 중심의 원톱 체제 구축이 올스톱된 형국이다.

14일 재계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권 분쟁 촉발 이후 신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416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호텔롯데 상장을 약속했고 이 가운데 349개를 끊어 84%를 해소한 상태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그룹 회장 등은 애초 적은 지분으로 12개 국내 계열사를 중첩적으로 거쳐 가는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장악해 왔다.

이는 총수를 둔 기업집단 41개가 보유한 전체 순환출자 고리 459개의 90.6%를 차지했다.

롯데는 비판 여론이 불거지자 호텔롯데,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알미늄 지분과 한국후지필름이 가진 대홍기획 지분, 롯데제과가 보유한 한국후지필름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해 왔으나 호텔롯데 상장 무산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기약할 수 없게 된 상태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잔존하고 있는 순환출자 고리 끊기의 핵심이자 필수조건으로, 롯데 측은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작업이 마무리되면 신동빈 회장과 일본 L 투자회사가 기존 보유지분을 시장에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호텔롯데 상장 이후 그룹 내 비상장사인 코리아세븐, 롯데정보통신, 롯데리아, 롯데건설을 추가 상장하고 해당 지분 보유 계열사도 잔여 순환출자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암초에 부딪히고 말았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순환출자 해소,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적 논란에서도 벗어나려 했으나 신성장동력으로 간주한 화학 사업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로 칭하면서까지 의지를 보인 면세점 사업과 함께 모두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