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신한카드 직원과 자녀들이 5월 14일 1사1촌 결연 마을인 강원 횡성군 공근면 삼배리마을에서 감자밭 풀 뽑기를 하고 있다. 신한카드 제공

신한카드, 횡성군 삼배리 봉사

“아이코∼ 소똥 냄새다! 하하.”

지난 5월 14일 강원 횡성군 공근면 삼배리마을. 오전 6시 서울에서 대형버스를 타고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삼배리마을의 마을회관은 우사(牛舍)를 마주하고 있었다. 내리자마자 소똥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아이들은 재밌다는 듯이 두 손으로 코를 막았다. 하지만 청정한 공기와 어울려 오히려 구수하다는 느낌을 줬다.

70여 명의 신한카드 직원과 자녀들로 구성된 봉사단은 마중 나온 마을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며 감자밭 매기, 고추 지지대 세우기 등 해야 할 일을 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눴다. 매년 농번기 때마다 마을을 찾는 신한카드 직원과 자녀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인 듯 보였다.

신한카드는 삼배리마을과 10년째 1사1촌 교류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 ‘어머님’ ‘아버님’이라는 호칭이 자주 들려온 데서 알 수 있듯 오랜 세월 동안 정이 듬뿍 배어 있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김가영(11) 양과 마을을 찾은 경기 고양 일산지점의 김진호(47) 씨는 “가족단위 신청자가 많아서 경쟁도 치열해 2∼3분 안에 신청이 마감되기도 한다”며 “학원에 지친 아이가 주말만이라도 엄마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봉사활동도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약 991㎡(300평) 규모의 감자밭에서 만난 법인신용관리팀 홍재훈(37) 씨 가족은 ‘1사1촌 단골 가족’으로 꼽힌다. 홍 씨는 아들 영재(13) 군, 딸 정현(12) 양과 뙤약볕 밑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홍 씨는 “도시에서 큰 아이들에게 자연 속 시골의 삶을 보여주고 봉사활동도 함께할 수 있어 자주 신청한다”며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대화하기 어려워질 텐데 이런 기회를 통해 아빠와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인 감사팀 소속 강찬규(42) 씨, 두 아들과 함께 마을을 찾은 이은희(42) 씨는 “1사1촌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와 시골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고, 협동해 어울려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삼배리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우렁이 농법으로 지은 친환경 쌀을 주문해 먹곤 한다”고 말했다.

1사1촌을 통해 귀농·귀촌의 기회를 얻고 이를 통해 ‘인생 이모작’을 설계하려는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이 마을에 귀농한 지 2년 차라는 박정희(여·49) 씨의 사과밭에서 일하던 CRM(고객관계관리) 영업팀 소속 이지영(여·45) 씨는 박 씨의 ‘농사 이야기’에 솔깃한 표정이었다. 이 씨는 “퇴직하고 나면 귀농하는 꿈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 않으냐”며 사과밭에 풀이 자라지 않도록 비닐을 씌우는 작업에 열중했다. 영업기획팀 소속인 송세현(37) 씨는 “마을 어르신들과 많이 가까워져 1사1촌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휴가 오듯 마을을 찾곤 한다”며 “고향 같은 이곳으로 귀촌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래에 살 집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어르신들의 신한카드 사랑도 유별나다. 이날 부녀회는 직접 농사지은 고사리, 곤드레, 더덕 등으로 만든 나물과 김치, 고소하고 진한 맛의 두부와 도토리묵을 점심으로 내놓았다. 오전 일을 마치고 먹는 ‘시골 밥상’은 성대한 만찬이 부럽지 않을 만큼 푸짐하고 건강한 맛을 제공했다. 삼배리마을 부녀회장인 용복연(62) 씨는 “친환경 유기농 쌀과 도토리, 직접 키운 콩으로 묵과 두부를 만들었는데 진짜 시골 맛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들 자식 같고,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홍천 =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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