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연 보고서

“무역·경상수지 흑자 규모로… 저평가 여부 판단해선 안돼”

미국 재무부가 최근 한국을 환율 조작 여부의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사용했던 평가 기준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균형환율 이탈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경상수지를 기준으로 보면 원화를 저평가로 볼 수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을 고려하면 오히려 고평가됐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대미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가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외화 순매수가 자국 GDP의 2% 이상인 국가를 심층분석대상국(환율조작국)으로 선정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월 정기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대미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 2개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해 심층분석대상국의 아래 단계인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한경연은 이 방식이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일 뿐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사용해왔던 일반적인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IMF 환율자문단의 경우 균형실질환율 접근법과 거시균형접근법을 사용해 환율을 평가하고 있다. 한경연이 균형실질환율접근법과 거시균형접근법을 적용해 국내 통화를 평가한 결과, 거시균형접근법에선 원화가 저평가된 것으로 나오지만, 균형실질환율접근법을 적용하면 2016년 3월 한국의 실효환율이 2∼13% 고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

실제 미국 상원은 환율개입(의심)국가들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확대하고 필요할 때는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베넷-해치-카퍼(Bennet-Hatch-Carper)법안’을 제정할 당시 IMF의 두 방식을 사용해 각국 환율을 평가할 것을 검토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 과정에서 IMF의 평가방법 대신, 재무부가 주장한 현재의 안이 채택돼 시행됐다.

김성훈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평가 결과 한국의 환율이 저평가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 규모만으로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